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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형 베트남 야구 지원단장(왼쪽)과 이만수 전 SK 감독. 사진제공 | 헐크 파운데이션

[스포츠서울] 보통 우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떠올려 보면 ‘가족’과 ‘친구’라고 답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러하다. 여기에 하나를 덧붙인다면 당연히 ‘야구’일 것이다.

‘친구’는 보통 오랜 시간 사귄, 나이가 비슷하거나 또래를 지칭한다. 내게는 라오스와 베트남에 나이를 불문하고 진정한 친구들이 있다. 야구친구(Baseball-mate)라고 억지로 이름을 지었지만 야구를 통해 그들과 만나고 함께 하기에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이들과 나는 야구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다른 점은 50년 넘게 야구를 평생 업(業)으로 가지고 야구인으로 살아온 나와 달리 그들은 그저 야구를 사랑하는 비야구인이라는 것이다. ‘야구’의 매력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야구를 통한 선한 영향력을 베푸는 일을 너무나도 사랑하며,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기에 나는 그들과 진정한 Baseball-mate가 됐다.

베트남에서 야구협회가 창설되고 전국단위의 내셔널컵 야구대회가 개최됐다. 또 이 대회를 통해 국가대표 상비군을 선발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에서 베트남 야구 국가대표 감독을 맡게 될 한국 야구인을 파견하는데 일등공신 노력한 사람이 바로 내 Baseball-mate 중 한명이며, 현재 베트남 야구연맹 고문이자 베트남 야구 지원단장을 맡고 있는 이장형 선생이다. 거기다가 주베트남 한국문화원의 후원을 통해 베트남 최초로 야구교본을 발간해서 야구에 문외한 젊은이들에게 빛과 같은 역할을 했다.

나는 그를 믿는다. 한국 생활의 안락함을 벗어 던지고 베트남의 열악함을 선택한 그다. 낯선 땅에서 야구를 시작하며 ‘야구’ 자체의 문제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이 ‘관계’속에서의 입게 되는 상처라는 것을 나는 익히 알고 있다. 야구인이 아닌 비야구인으로서 처음 야구를 전파할 때 주위 사람들로부터 많은 오해와 모함, 거짓들은 가십거리가 되어 마음의 상처와 괴로움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수년 동안 어린선수들을 데리고 40도 땡볕의 더위보다, 야구장비가 부족해 애태우는 마음보다, 경기력이 올라가지 않아 국제대회 성적을 걱정하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이 사람으로 인해 받게 되는 마음의 상처임을 이미 많이 경험했다. 야구인으로서 걱정이 된다. 그러나 베트남 야구 발전과 전파라는 큰 목표와 본인이 옳고 바른 일을 하고 있다는 신념을 유지한다면 앞으로 있을 베트남 야구도 잘 이겨낼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짧은 기간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베트남 야구가 발전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도 받고 있다. 처음 야구를 전파할 때만 해도 어느 누구도 눈여겨 보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야구가 발전하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되면서 생각하지 않았던 곳에서 사심을 바라는 이들도 생기고, 시기와 질투의 감정을 표출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또한 베트남 야구가 발전하고 잘 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기쁠 수는 없지만 담담하게 받아들이기를 그에게 당부하고 싶다.

그는 현재 한국과 베트남으로 오가면서 박효철 감독과 선수들이 훈련하는데 아무 불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뛰어 다니고 있다. 매일매일 베트남 야구협회 관계자들과 SNS로 소통하며, 베트남 야구 일을 그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야구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기업 후원, 베트남 야구발전 방향 모델 제시, 베트남 야구 훈련장 시찰 및 코치 등 베트남 야구발전과 전파를 위해 모든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정식 야구장이 하나도 없는 베트남의 빈약한 야구 인프라를 고려해 야구장 건설 및 야구장비 보급을 위한 후원을 위해 뛰고 있다.

이장형 지원단장이 이렇게 열심히 뛰어 다니는 것은 처음 베트남 야구 선수들과 했던 야구협회와 국가대표팀 창단을 돕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다. 그 약속에는 한국야구가 가지고 있는 역사와 시스템을 베트남 야구가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뜻깊은 스포츠 외교의 성과를 꿈꿨기 때문이다.

이 노력에 베트남 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 코이카 등 한국 정부기관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이 이루어졌고, 베트남 현지에 진출한 많은 한국 기업들도 조금씩 그 뜻에 동참해가고 있다. 야구를 통한 이 단장의 이러한 활동은 한국과 베트남의 우호 관계를 넓혀 가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베트남 야구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이제야 겨우 첫 걸음을 내딛게 됐다. 이장형 지원단장은 늘 마음속에 베트남 야구는 현재 한국야구가 발전해 온 과정들을 꿰뚫어 보고 한국야구를 모델로 삼고 접목시키려고 한다.

그리고 베트남 야구 지원단장이자 나의 Baseball-mate인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 어떤 역경과 어려움 속에서도 당당하게 베트남 야구를 위해 초지일관 본인의 역할을 수행하다 보면 반드시 베트남 야구는 동남아시아를 넘어 세계에서 주목받게 될 것임을 잊지 않기를 다시 한 번 당부하고 싶다.

이만수 전 SK 감독 · 헐크 파운데이션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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