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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첫 인상부터 강렬했다. 이제 막 프로에 입단한 신인이 거침없이 코트를 휘저었다. 자신을 향해 수비가 집중되는 플레이오프에서도 그랬다. 그런데 2년차인 이번 시즌에는 더 강한 빛을 내뿜는다. 무섭게 성장하는 고양 캐롯 가드 이정현(23) 얘기다.
숫자만 봐도 그렇다.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9.7점 야투율 42.7% 2.7어시스트 2.3리바운드를 기록했던 그가 이번 시즌에는 경기당 평균 14.8점 야투율 46.4% 3.8어시스트 2.9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평균 출전시간이 23분26초에서 32분46초로 늘었는데 보다 효율적으로 공격하며 턴오버는 경기 당 평균 1.3개에서 0.7개로 줄었다.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다. 지난 13일 서울 삼성과 원정 경기에서 이정현의 모습은 숫자 이상이었다. 승부처인 4쿼터에 스틸 후 속공 득점, 그리고 외국인선수 마커스 데릭슨 앞에서 돌파와 쐐기 3점슛을 꽂았다. 이날 시즌 평균에 수렴하는 14점을 올렸는데 이중 10점이 가장 중요한 4쿼터에서 나왔다. 전성현과 함께 특급 백코트를 형성하며 캐롯의 상위권 질주를 이끈다. 시즌 전 중하위권으로 평가받았던 캐롯은 지난 13일까지 시즌 전적 7승 3패로 2위에 자리하고 있다.
흥미로운 스토리도 있다. 캐롯 새 사령탑 김승기 감독은 일찍이 이정현에게 강한 인상을 받았다. 구단 창단 기자회견에서 “2대2에서 공간을 만들어 점프슛을 넣는 기량은 이미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슛과 돌파가 모두 능한 만큼 동료와 조화만 잘 이루면 상대 수비를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 이정현이다.
과제도 있다. 아직은 구력이 부족한 만큼 시야와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은 보완해야 한다. 수비 집중력도 이따금 흔들린다. 김 감독은 이정현이 무결점 가드로 성장했을 때 캐롯이 정상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우승 달성까지 시간을 3년으로 잡았다.
김 감독은 “이정현은 지금 이렇게만 해도 FA가 됐을 때 2, 3억은 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재능이 너무 아깝다”며 “정현이에게 ‘너는 FA 됐을 때 2, 3억원에 그칠 선수가 아니다. 최고 선수들처럼 7, 8억원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정현이가 힘들겠지만 플레이 하나하나 지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얼마나 빠르게 성장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분명한 점은 패배보다는 승리가 성장에 수월하다는 것이다. 실수를 범한 경기라도 팀이 승리하면 빠르게 털어내고 금방 일어설 수 있다. 즉 이정현에게 있어 현재 캐롯의 고공질주는 여러모로 득이 될 것이다. 김 감독이 지난 시즌까지 KGC에서 맨투맨 마크를 했던 변준형처럼, 승리 속에서 무섭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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