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이강인 \'신중하게 볼 컨트롤\'
2022 카타르 월드컵대표팀 이강인이 14일 카타르 도하 알 에글라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2022. 11. 14.도하(카타르)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도하(카타르)=정다워기자] “기회가 생겨 행복했다.”

14일 오후 카타르 도하의 알 에글라 훈련장에 모습을 드러낸 축구대표팀 막내 이강인(21·마요르카)의 표정은 밝았다. 2022 카타르월드컵 최종 엔트리 26명 안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강인의 승선 가능성은 예측하기 어려웠다. 지난 9월 A매치 상황 때문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두 경기에서 그에게 단 1분도 할애하지 않았다. 스페인 라리가에서 수준 높은 활약을 펼치는 이강인에게 일말의 기회조차 부여하지 않는 의외의 선택을 했다. 개인 활약만 놓고 보면 승선이 당연해 보였지만 벤투 감독의 의중은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강인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기자회견에 나선 이강인은 “이번시즌 시작 전 스페인에서 인터뷰를 했을 때 월드컵 전까지 최상의 모습을 보여드리면 대표팀에서 뽑아주실 것이라 믿는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모든 선수들이 오고 싶은 대회, 무대에 올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꼭 뛰어보고 싶었던 월드컵이다. 기회가 생긴 것에 행복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해맑은 표정의 이강인을 보며 3년 전 폴란드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 생각이 났다. 당시 기자는 4주간 U-20 대표팀을 취재하며 이강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상세하게 관찰한 바 있다. 그때의 이강인은 자신만만했다. 두 살이 어렸음에도 세계의 유망주들을 상대로 가장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였던 그는 자신의 플레이를 유감없이 해내며 한국을 결승으로 인도했다. 이강인이 없었다면 대표팀이 4주라는 긴 시간 동안 폴란드에 체류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때만 보면 이강인은 곧 월드클래스로 성장할 것 같았다.

[포토] 이강인 \'미소\'
2022 카타르 월드컵대표팀 이강인이 14일 카타르 도하 알 에글라 트레이닝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 11. 14.도하(카타르)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그리고 3년이 지났고 이강인에게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자신이 성장했던 발렌시아에서 정착하지 못해 시간을 허비했다. 마요르카로 이적한 지난시즌엔 주전 경쟁에 어려움을 겪으며 정체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진가를 알아주는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을 만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여러 일을 경험한 이강인은 10대 소년에서 20대 청년으로 성장했다. 한국말이 늘었는지 기자회견이나 인터뷰에서 사용하는 언어의 수준이 향상됐고, 여유도 생겼다. 무엇보다 착실하게 실력을 쌓아 라리가라는 세계적인 무대에서 인정받는 선수가 됐다. 대표팀에 흔히 말하는 천재, 마법사에 가장 가까운 선수는 분명 이강인이다. 많은 이들이 그에게 여전히 기대감이 큰 이유다.

이강인은 3년 만에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주관하는 대회에 참가한다. 이번엔 U-20 월드컵이 아니라 ‘진짜’ 월드컵이다. 성장한 이강인의 현 주소를 확인할 꿈의 무대다. 꿈을 안고 스페인에서 카타르로 넘어온 이강인은 “나는 지금도 어제보다 오늘 더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대표팀이든 소속팀이든 최대한 팀에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그렇게 할 것”이라며 벤투호에 힘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강인이 꾸는 꿈의 결말이 어떨지는 지켜봐야 알 수 있다. 당장 팀 내에서의 경쟁이 기다리고 있고, 지속적으로 자신을 외면했던 벤투 감독 앞에서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 이강인에겐 지금 여기가 꿈을 이루는 시작점이다.

weo@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