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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승엽 감독은 “우리때처럼 훈련하면 구급차에 실려간다”고 했다. 꼰대식 표현이 아니다. 요즘 선수들의 훈련이 적다는 돌려까기다. 이 감독은 “머리로 생각하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해야 살아남는다”고도 했다. 이는 반복훈련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삼성 박진만 감독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그는 “타구가 오는데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하얘졌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몸이 기계적으로 그냥 움직였다”라고 했다. 2008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확정한 9회 병살 순간을 회상하며 한 말이다.
이승엽, 박진만은 현역시절 정점을 찍은 레전드다. 이들이 한 목소리로 훈련량 부족을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헷갈린다. 불과 얼마전까지 몇몇 구단은 꾸준히 훈련량을 줄여왔기 때문이다. 훈련이 너무 많다는 이유를 댔다. 과연 어느쪽이 맞는 걸까.
내가 볼땐 단순히 어느쪽이 맞고 틀린 얘기가 아니다. 기준선 자체가 잘못됐다. 드러난 훈련량이 아닌 그 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래야 실체가 보인다. 파도아래 조류의 흐름처럼 말이다.
프로가 뛰는 무대는 특히 그렇다. 프로에선 팀 훈련량이 적다고 해도, 개인 훈련량은 절대 적지 않다. 공개된 단체 훈련만 보고 “훈련이 많다, 적다”고 논하는건 의미없다. 눈에 보이는게 전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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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추신수의 MLB시절을 돌아보자. 추신수는 17년간 비시즌에 새벽 4시반이면 야구장으로 출근해 몸을 만들었다. 그만큼 엄청난 개인훈련을 소화했다. MLB에서 명성이 높은 애런 저지, 지안카를로 스탠튼(이상 NYY), 마이크 트라웃(LAA) 등도 시즌전에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훈련을 한다. 다만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KBO리그 선수들도 같은 프로 유니폼을 입고 있다. 자신이 알아서 훈련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 현실은 MLB와 다르다. 끌고가야할 부분이 존재한다. 이승엽, 박진만도 이를 잘 알고 있기에 훈련량 증가를 독려하고 나선거라 본다. 이들 레전드는 선수시절 1등에 오르기까지 그 누구보다 굵은 땀을 흘렸다. 자신이 성공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에게도 소신껏 쓴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이승엽, 박진만이 지휘봉을 잡은 삼성, 두산은 한때 왕조였다. 그러나 현재 위치는 리그 하위권이다. 인적자원이 한정된 상태에서 바닥권 탈출은 있는 선수들이 해줘야 답이 나온다. 신임 두 감독이 내려앉은 팀을 끌고 올라가기 위해 훈련량 부족부터 짚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훈련량 증가의 핵심은 반복을 통한 기본기 확립이다. 기본기가 부족하면 결국 사상누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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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마추어에선 야구 커뮤니티, 유튜브, 개인소셜네트워크를 통해 MLB선수들의 퍼포먼스 영상과 각종 이론을 수시로 접한다. 훈련에 접목해 따라한다. 그러나 영상과 글로 접하는 것과 실제 경험은 다르다. 무엇보다 기본기가 부족한 상황에서 ‘따라하기’는 자기 것이 아니다.
물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야구도 달라져야 한다. 그래서 지금은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과거와 비교해보면, 그때의 야구 훈련은 노동에 가까웠다. 반면 요즘 야구는 감성에 젖어있다. 현재, 그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가는 시기다.
그 선두에 KBO리그의 신임 감독들이 있다. 이들은 프로의식과 기본기가 부족한 후배들을 리셋하고 있다. 무작정 훈련을 강요하진 않는다. 강제적 훈련보다 동기부여를 통한 능동적 훈련으로 새 활로를 찾고 있다. 소통을 통한 자율적 훈련 강화는 고무적이며 긍정적이다.
그런데 이면을 들여다보면 사실, 옛날야구와 현대야구의 훈련량 차이를 논하는거 자체가 무의미하다. 공부 조금하고 성적 잘 나오는 방법은 없다. 나는 레슬링이나 유도선수가 올림픽 금메달을 따기 위해 훈련량을 줄였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요령도 기본이 쌓여야 피울수 있다. 야구 역시 마찬가지다. 벽돌처럼 차곡차곡 쌓아야할 기본이 있다. 기본 훈련이 부족하면 성장은 거기서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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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니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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