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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도하(카타르)=정다워기자] 말 그대로 ‘벼락 스타’다.
축구대표팀 공격수 조규성(24·전북 현대)은 24일 카타르 도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경기에서 후반 교체로 출전했다. 월드컵 데뷔전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고, 수려한 외모까지 전파를 타면서 인기가 급상승했다. 대회 전까지 2만여명에 불과했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한국시간 26일 현재 50만명에 육박한다. 인터넷 상에서는 대표팀 ‘9번’, 혹은 조규성 이름 등이 회자되고 있다. 특히 외국인 팬까지 대거 유입되는 점이 독특하다.
예상됐던 사건이다. 조규성은 189㎝의 큰 키에 떡 벌어진 어깨,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좋아할 만한 호감형 얼굴을 보유하고 있다. 밝고 유쾌한 캐릭터에 패션 센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축구 실력까지 갖춰 이번 대회에 최고의 ‘떡상’ 예감 스타로 지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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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카타르 도하에서 만난 조규성의 부모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아버지 조채환(59)씨는 “사실 상상도 못했다. 축구 실력으로 떠야 하는데 외모로 떴다. 그래도 너무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어머니 정은수(54)씨는 “한국에서 메시지가 엄청나게 많이 온다”라며 “제 휴대폰에 아들 이름이 ‘월드스타규성’으로 저장되어 있다. 지난해 대표팀에 선발된 후 이름을 바꿨다. 실제로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바람이 이뤄진 것 같다. 진짜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게 느껴진다”라며 웃었다.
조규성이 전국구 스타가 된 24일.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두 사람은 월드컵 데뷔전을 치른 아들만큼이나 긴장된 하루를 보냈다. 정씨는 “경기 두 시간 전에 경기장에 들어갔는데 정말 떨렸다. 아들이 교체로 들어가려고 벤치로 뛰어가는데 너무 많이 긴장이 됐다. 저는 원래 아들이 페널티킥을 차는 것도 못 본다. 경고를 받을 때에도 가슴이 철렁했다. 골을 넣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도 있다. 그래도 팀이 좋은 경기를 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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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사이 조규성의 인생에는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지난해 9월 대표팀에 처음 선발돼 A매치 데뷔전을 치렀고, 올해에는 K리그1 득점왕을 차지했다. 그리고 마침내 월드컵 대표가 되어 카타르에 입성, 첫 경기까지 뛰었다. 정씨는 “지난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대표팀에 선발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엉엉 울었다. 가족 모두가 그랬다. 그런데 이렇게 지금 우리 가족이 카타르에 와 있다는 게 신기하고 믿어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조씨도 “대표팀에 처음 들어간 때에 저는 소리를 지르며 울었다. 꿈 같았다. 기라성 같은 선수들과 함께한다는 사실에 부모로서 마음이 벅찼다. 규성이가 착실하게 단계를 밟아 성장하는 게 보여 정말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오늘 날의 조규성이 있기까지는 가족의 영향이 컸다. 조씨는 조규성이 초등학교 3학년 때 축구를 권유한 인물이다. 그는 “그땐 한 번 해보라는 마음으로 시켰다. 시켜보니 스스로 굉장히 승부욕이 있고 노력하는 스타일이더라. 규성이는 그 흔한 레슨도 한 번 안 시켰다. 정말 노력파”라며 아들을 칭찬했다. 어머니도 “우리는 아이들을 풀어놓고 키웠다. 그래도 건강하고 밝게 잘 자라줘 고맙다. 사실 제가 배구를 하다 허리 부상을 당해 그만둔 아픔이 있다. 그래서 아들은 운동을 시키기 싫어 반대했다. 그럼에도 규성이가 잘 자라줬다”라고 덧붙였다.
조규성의 밝으면서도 긍정적인 에너지는 부모와 가족에서 비롯된다. 잘생긴 얼굴은 아버지를, 뛰어난 피지컬은 배구선수 출신 어머니를 꼭 닮았다. 일곱 살 터울의 누나 조국인씨는 조규성의 엄마처럼 동생을 돌봤고 세 살 차이인 조정인씨는 친구 역할을 하며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정씨는 “누나가 둘이나 있어 그런지 규성이는 집에서 딸 같은 존재다. 애교도 많고 다정하다. 오늘도 호텔 로비에서 잠깐 봤는데 안아주더라. 아버지와 제주도로 단 둘이 여행을 간 적도 있다. 너무 착한 아들”이라며 ‘아들 바보’의 면모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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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첫 경기를 마쳤다. 두 사람은 아들이 월드컵에서 한 골을 넣기를 기대하고 있다. 조씨는 “이제 얼굴이 아니라 공을 잘 차는 것으로 떠야 한다”라며 “기회가 오면 충분히 골을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들을 믿는다”라고 말했다. 어머니도 “얼굴을 보여줬으니 앞으로는 골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도 조규성 부모는 아들 개인보다 현재 월드컵에 참가하고 있는 대표팀을 먼저 생각했다. 조씨는 “많은 분들이 규성이가 선발로 나가야 한다고 하시는데 제 생각은 다르다”라며 “황의조 선수는 유럽에서 뛰는 선수고 지금까지 보여준 것도 많다. 규성이는 아직 배우는 단계다. 팀을 위해서도 의조 선수가 뛰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정씨도 “부모의 마음으로는 규성이가 많이 뛰면 좋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 생각이다. 규성이보다는 대표팀이 잘 되는 게 우선이다. 감독님이 올바른 선택을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조규성은 1998년생으로 아직 어리다. 지금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다. 정씨는 “이왕 시작했으니 더 발전하고 좋은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 기회가 되면 더 큰 무대에 도전하는 선수가 됐으면 한다”라면서도 “그보다 중요한 것은 겸손이다. 저는 규성이에게 늘 겸손하라고 강조한다. 자신을 낮추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하다. 지금의 그 마음과 태도를 잊지 않길 바란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어머니는 “저도 같은 생각이다.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기를 마친 후 후회하지 않는 선수가 되길 바란다. 무엇보다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남겼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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