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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행선지가 결정되지 않은 FA 4명. 한현희, 정찬헌, 권희동, 이명기(왼쪽부터). | 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원소속팀과는 사실상 결별 상태다. 하지만 사인 앤드 트레이드의 문은 열려있다. 영입을 원하는 팀이면 선수측과 계약규모를 논의하면서 원소속팀과 카드도 맞춰야 한다. 그래서 시간이 필요하다. 행선지가 결정되지 않은 프리에이전트(FA) 4명, 한현희 정찬헌 권희동 이명기에 대한 얘기다.

원소속팀은 일찍이 입장을 전달했다. 다른 팀과 계약을 맺으면 된다. 보상선수 혹은 보상금으로 인해 타 팀과 계약이 어렵다면 사인 앤드 트레이드도 가능하다. 물론 그냥 내줄 마음은 없다. 트레이드 카드도 맞아야 한다. 한현희 정찬헌 권희동 이명기 모두 계약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이듬해 1월까지 장기전을 각오해야 할 수 있다.

트레이드 카드는 선수가 될 수도 있지만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이 될 확률도 높다. 지명권 트레이드가 허용된 2020년부터 꾸준히 지명권을 활용한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키움은 2021년 1월 FA가 된 베테랑 투수 김상수를 사인 앤드 트레이드했다. 김상수 영입을 원했던 SSG는 키움에 현금 3억원과 4라운드 지명권을 건넸고, SSG는 김상수와 2+1년 최대 15억5000만원에 계약했다.

키움은 당시 SSG로부터 받은 4라운드 지명권으로 사이드암 투수 노운현을 지명했다. 노운현은 1년차인 올시즌부터 1군 무대를 경험했다. 키움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트레이드를 통해 지명권을 확보했다. 2022시즌 초반 박동원을 트레이드하면서 KIA로부터 2라운드 지명권을 얻었는데 2023 신인드래프트에서 포수 김동헌을 지명했다. 키움은 얼마 전에도 KIA와 트레이드에 임했다. 주효상을 KIA로 보내면서 2024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을 얻은 바 있다.

키움이 아직 한현희와 정찬헌의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공표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타 구단 단장들은 둘 다 결국에는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새 유니폼을 입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현희의 경우 시간이 흐르고 몸값이 내려가면 구단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권희동과 이명기의 원소속팀 NC는 이미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공표했다. 둘을 원하는 구단과 언제든 협상 테이블을 열 계획이다. 타구단이 제시하는 선수든 지명권이든 서로 카드만 맞는다면 사인 앤드 트레이드가 성사될 전망이다. NC 임선남 단장은 트레이드 카드로서 지명권의 가치에 대해 “최소 3라운드는 돼야 1군 선수급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팀마나 지명순위가 다르기 때문에 순위도 고려해야 한다”며 “3라운드를 넘어가면 사실 트레이드 카드를 맞추는 데 있어 플러스 알파 개념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타구단 단장 또한 “보통 카드를 맞출 때 3라운드까지는 1군 선수. 4, 5라운드는 1군 백업 혹은 2군 유망주 선수로 판단한다”고 지명권의 가치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어느 팀이든 1라운드 지명권을 소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구단들이 2년 연속 샐러리캡 초과를 두려워하는 이유 또한 1라운드 지명권과 관계있지 않겠나. 정말 대단한 선수가 아니면 1라운드 지명권을 내주는 팀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FA 선수의 가치와 지명권 순위는 비례한다. 4명 중 가장 몸값이 비싼 한현희 사인 앤드 트레이드에는 2라운드 이상의 지명권이 필요할 확률이 높다. 정찬헌, 이명기, 권희동 또한 지명권을 활용해 영입한다면 3라운드 이상의 지명권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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