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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배우 채수빈(28)은 꾸준함의 대명사다. 지난 2013년, 연극 ‘그와 그녀의 무대’로 연예계에 발을 디딘 그는 성실하고 꾸준하게 자신의 역할을 해내 주연급 여배우로 훌쩍 성장했다.

이런 채수빈의 모습은 그가 주연을 맡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패뷸러스’의 주인공 지은과 닮았다.

채수빈이 연기한 지은은 패션 홍보대행사 직원이다. 대행사는 갑을병정으로 이뤄진 피라미드 사회구조에서 최하위에 위치한 직업군으로 꼽힌다. 디자이너와 스타들의 소속사, 그리고 인기 스타일리스트에게 치이곤 하지만 패션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지은은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이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내가 알기 때문에 괜찮다”고 자신을 다독인다.

“지은처럼 오지랖이 넓거나 에너지가 넘치는 성격은 아니다. 그렇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일이 잘 안 풀렸을 때 답답해하는 모습에 공감이 갔다. 연기자로서 늘 완성된 의상을 대중에게 보여주는 역할을 하곤 했는데 한명의 스타를 빛나게 하기 위해 중간에서 많은 이들이 치열하게 노력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극 중 지은은 일과 사랑을 쟁취하는 적극적인 캐릭터다. 자신의 전 남자친구인 우민(최민호 분)에게 감정이 남아있지만 새로운 사랑인 남진(최원명 분)의 대시를 거절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해 시청자들의 애를 태운다. 그 과정에서 연하의 모델지망생 도영(김민규 분)의 대시까지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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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가 사랑스러워 보여야 하는데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안 좋게 보일 수 있어서 고심했다. 특히 지은이가 여우처럼 보이지 않게 위해 신경 썼다. 우민과 남진 사이에서 지은의 갈등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도영은 아예 무시하듯 보이려고 연기했다.”

결국 지은은 재력가인 남진 대신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우민을 택한다. 채수빈은 “지은이의 마음도 이해는 간다”면서도 “실제 나라면 현실적인 부분을 고민했을 것”이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지은이는 늘 자신이 우민이를 먼저 좋아해서 만난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민이가 친구로 남자고 했을 때는 자신이 먼지같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지만 우민이가 자신을 위해 마련한 사진전을 보며 확신이 생겼다. 현실의 나라면? 실제로 여러 사람에게 대시를 받을 때도 있긴 있었다. 그렇지만 결혼은 현실이다 보니 사랑만 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지만 그 마음은 이해한다. 그런데 굳이 전 남자친구와 만나야 할까? (웃음)”

함께 호흡을 맞춘 우민역의 샤이니 최민호와 촬영한 키스신과 베드신도 화제였다. 극 중 우민과 지은은 헤어진 상태에서 술김에 하룻밤을 보낸다. 키스신만 4~5시간이 걸릴 정도로 공들여 촬영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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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호오빠가 예능프로그램에서 ‘열정맨’으로 유명한데 극 중 우민이는 시니컬하고 수동적인 인물이라 어떤 호흡을 맞출 수 있을지 궁금했다. 막상 방송을 보니 우민의 용기없고 열정없는 모습을 잘 그려줬다. 실제 민호 오빠는 배려가 많고 자신보다 타인을 더 챙기는 배우다. 키스신을 꽤 오랜 시간 찍었는데 아버지가 엄청 싫어하신다. 다른 드라마에서도 키스신이 나오면 불쾌함을 표하며 채널을 돌리곤 한다. 요새 너무 바빠서 집에 못갔는데 다행히 엄마랑 언니는 재밌게 본 듯 하다.”

패션을 둘러싼 20대의 일과 사랑을 그렸다는 점에서, 주인공이 패션 홍보대행사 직원이라는 점에서 ‘더 패뷸러스’는 넷플릭스 인기 오리지널 시리즈 ‘에밀리, 파리에 가다’의 한국버전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채수빈은 “‘더 패뷸러스’를 찍기 전부터 ‘에밀리, 파리에 가다’를 재미있게 봤다. 호평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20살에 데뷔, 어느덧 연기생활 10년을 채우고 서른을 맞았다. 채수빈은 “매 작품을 할 때마다 고민이 크다”며 “새로운 삶과 역할을 준비하는 건 해도해도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채수빈 하면 밝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연상하는 것에 감사드린다. 20대를 열심히 살았기에 지금의 나를 만든 밑거름이 됐다. 이제는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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