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박지현이 12일 서울 성북구 우리은행체육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아산 우리은행의 ‘젊은 에이스’ 박지현(23)이 계묘년(癸卯年) 새해 자신의 첫 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노린다. 국가대표팀에 대한 애착도 드러냈다. 언니들처럼 대표팀을 이끌고 싶다는 포부다. 더 멀리 보면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도 마음이 닿아 있다. 나아가 팬 사랑도 ‘찐’이다.

박지현은 지난 2018~2019 여자프로농구(WKBL)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전체 1순위로 우리은행에 지명됐다. 당시 4.8%의 확률을 뚫고 1순위 지명권을 품었고, 박지현의 이름을 불렀다. 최강 우리은행이 최강의 신인을 데려가는 순간이었다.

이제 5년차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제 오롯이 팀의 핵심 선수가 됐다. 역시나 김단비, 박혜진이 가장 앞에 꼽히고 있지만, 박지현도 당당히 한 축을 맡는다. ‘현재’이면서 ‘차세대’다.

시즌 19경기에서 15.3점 7.8리바운드 4.6어시스트를 기록중이다. 리그 득점·리바운드·어시스트 5위, 2점 성공률 3위(55.0%)다. 3점 성공률도 32.9%로 데뷔 후 가장 좋다. 각종 지표에서 커리어 하이를 경신할 기세다. 이런 박지현을 새해를 맞아 서울 장위동 우리은행 훈련장에서 만났다.

박지현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박지현이 12일 서울 성북구 우리은행체육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될성부른 떡잎, 경험 쌓으며 만개중

올시즌 우리은행은 무시무시한 ‘포스’를 내뿜고 있다. 19경기 17승 2패다. 14연승까지 달렸다. 박지현도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 “팀 성적에 내 지분이 적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뛰는 시간도 많고, 공을 갖고 있는 시간도 예전보다 많다. 잘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2000년생으로 아직 20대 초반이지만, 어느새 프로 5년차다. 마음가짐을 달리 하고 시즌에 돌입했다. “연차가 쌓인 것을 느끼고 있다. 더 잘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많이 느낀다. 비시즌 준비를 많이 했다. 휴가 없이 계속 몸을 만들었다. 덕분에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 같다. 하체가 좋아지면서 슛까지 좋아졌다”고 짚었다.

어시스트가 눈에 띈다. 평균 4개 이상 만드는 것은 데뷔 후 처음. 위성우 감독은 “패스 재미가 붙었다”고 평했다. 박지현은 손사래부터 쳤다. “솔직히 기복이 있다. 어시스트가 많은 날도 있고, 아닌 날도 있다. 좋아졌다는 것을 느끼고는 있다. 언니들이 다 성공시키니 희열이 생긴다. 정말 다 넣어준다. 득점을 잘하는 언니들이 너무 많다”며 웃었다.

박지현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박지현이 12일 서울 성북구 우리은행체육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 1. 12.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위성우 감독의 혹독한 가르침, 고교 최강에서 프로 선수로

신장 183㎝의 장신 가드. 한국여자농구가 가져보지 못했던 유형이다. 고교 시절 ‘최고’라 했으나 프로에 오니 또 다르다. 위 감독의 혹독한 지도가 있었다. 덕분에 프로가 됐단다.

박지현은 “처음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혼났다. 갓 프로에 왔고, 환경이 처음이었다. 과부하가 걸렸다고 할까. 감독님의 지도가 오롯이 머리와 마음에 들어오지 않으니 진짜 힘들었다. 이제는 감독님의 의도를 알게 됐다. 이제는 내가 부족한 것을 알려주신다. 밖에서는 누구보다 나를 잘 챙겨주신다. 감사할 따름이다”며 미소를 보였다.

포지션 이야기도 했다. “내가 신장이 있는 가드다. 처음 왔을 때는 감독님이 ‘넌 가드가 아니다’고 하셨다. 볼 핸들링이 되니까, 언니들이 체력 안배를 위해 빨리 치고 올라가는 것을 주문하셨다. 이제는 ‘네가 가드로서 해줘야 한다’고 한다. 가드의 역할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 잘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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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박지현이 12일 서울 성북구 우리은행체육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통합우승, WNBA...박지현의 목표와 꿈

프로에서 많은 것을 이뤘지만, 못한 것이 있다.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다. “프로에 와서 챔프전 우승이 없다. 정규리그 우승은 해봤다. 꼭 통합우승을 하고 싶다. 개인 기록이나 상은 생각하지 않는다. 감독님이 ‘시즌 더블-더블을 목표로 잡아보라’고 하셨다. 어려운 기록이다. 그래도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하니까 기록도 잘 나오는 것 같다. 언젠가 MVP가 나를 따라올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더 원대한 꿈도 있다. WNBA다. “WKBL에서 뛰면서 순리대로 내가 잘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은행에 온 것이 감사하다. 단, 더 큰 무대로 가는 것은 아직이다. 너무 부족하다. 고민도 된다.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마음 한켠에 있는 소망이다. 일단 여기서 잘하는 것이 먼저다. 언젠가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여자농구를 이끌고 싶다는 포부도 있다. 위 감독이 “박지현을 비롯한 어린 선수들이 대표팀의 주축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박지현은 “어릴 때부터 국가대표로 소집이 많이 됐다. 기회를 많이 주셨다는 점에 감사하다. 국가대표는 항상 영광스러운 자리다.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지금은 (박)혜진 언니, (김)단비 언니, (박)지수 언니가 이끌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나도 언니들처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지현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박지현이 12일 서울 성북구 우리은행체육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팬은 세상이 준 선물

팬들 이야기도 했다. 진심이 뚝뚝 묻어나왔다. “정말 감사하면서 살고 있다. 너무 크다. 내가 힘들 때, 이겨내지 못하고 있을 때 ‘이겨내봐라’며 세상에서 준 선물이 팬 같다. 팬들의 도움과 응원을 너무 많이 받는다”고 했다.

이어 “감사하다는 말을 항상 하고 싶다. 올시즌 정말 경기력으로도, 경기 외적으로도 팬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시즌이 됐으면 한다. 농구장에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다.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팬들 모두 건강하셨으면 한다. 건강이 최고다. 농구를 보면서 행복을 조금이라도 느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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