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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희망’이란 키워드로 통했던 브레이브걸스가 결국 해체를 선언했다. K팝 시장의 확장에도 ‘마의 7년’ 불문율은 여전히 유효하다.
“언젠가는 내려오겠죠. 들뜨지 않고, 상처받지 않고 꾸준히 저희의 길을 가고 싶어요.”지난 2021년 4월, 역주행 신드롬에 힘입어 전성기 한 가운데 서있던 브레이브걸스(민영, 유정, 은지, 유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결국 이 다짐은 지켜지지 못하게 됐다.
2021년 2월 음원차트에서 ‘롤린(Rollin’)’으로 역주행에 성공한 브레이브걸스가 2023년 2월 해체를 선언했다. 긴 무명 시절을 묵묵히 지나오며 ‘희망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이들이기에 역주행 불과 2년 만에 가요계에서 퇴장하게 된 브레이브걸스의 ‘마침표’가 유독 씁쓸함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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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걸스의 행보는 어떤 드라마보다 극적이었다. 2011년 데뷔한 브레이브걸스는 프로듀서 용감한형제가 대표로 있는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으로 데뷔했으나 멤버 교체가 잦았고 2016년 합류한 현 멤버들로 반등을 노렸지만 3년 5개월의 긴 무명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4년 전 발매한 ‘롤린’이 2021년 초 유튜브를 통해 역주행하며 신드롬을 시작했다. 해체 직전까지 갔던 브레이브걸스는 결국 역주행 덕분에 하루 아침에 대세 걸그룹으로 등극했다.
처음엔 군대에서 브레이브걸스의 위문열차 무대를 접했던 예비역과 현역들의 지지에 힘입어 ‘군통령’으로 주목받았고 서서히 일반인들까지 이를 접하며 ‘롤린’ 열풍이 생겼다. 각종 음원차트와 음악방송 1위는 물론 tvN ‘유퀴즈’, SBS ‘런닝맨’, MBC ‘전지적 참견 시점’ 등 방송가와 광고계 섭외 1순위가 됐다. 지난해 1월 열린 ‘제31회 서울가요대상’에서는 본상 트로피를 안으며 그 성과를 인정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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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21년을 대표할 수 있는 히트곡을 낳으며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던 브레이브걸스는 결국 ‘역주행 스타’란 타이틀을 넘어서지 못했다. ‘롤린’의 활약으로 미니 5집 타이틀곡 ‘치맛바람’도 1위에 올랐지만, 이후 발표한 ‘레드선’, ‘술버릇’(운전만해 그후), ‘땡큐’ 등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결국 브레이브걸스는 데뷔 7주년과 재계약을 앞두고 팬들과 아쉬운 작별을 하게 됐다.
비단 브레이브걸스만의 일은 아니다. ‘뿜뿜’으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모모랜드도 7년을 넘기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 브레이브걸스와는 2016년 데뷔 동기인 모모랜드 역시 시작부터 꽃길은 아니었다. 중독성 강한 자신들만의 팀 색깔을 구축하려 노력했지만, 결국 잦은 팀 개편과 미비한 성과로 결국 최근 소속사와 전속계약이 만료됐다.
아이돌 그룹에게 데뷔 7년은 ‘마의 7년’이라고도 불린다. 통상적으로 회사와의 계약이 7년이기 때문에 멤버들이 회사와 재계약 여부를 결정 짓고 향후 행보에 변화를 주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요계에서 ‘7년 징크스’란 말은 오래된 이야기지만,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K팝 시장에서 유독 걸그룹들이 이 문턱을 넘기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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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라붐도 지난 2021년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 MSG워너비가 커버한 ‘상상더하기’가 역주행하면서 데뷔 7년차에 4인 체제로 팀을 재편하며 반등을 노렸지만 결국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청순하고 러블리한 콘셉트로 큰 인기를 얻었던 여자친구, 러블리즈도 ‘7년의 벽’을 넘지 못하며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마마무와 오마이걸도 팀 해체는 막았지만 전원 재계약에는 성공하지 못해 활동에 제약이 걸렸다.
사실상 7년을 넘기고 멤버 전원이 재계약에 성공한 걸그룹으로는 트와이스 정도가 꼽힌다. 현재 대규모 월드투어를 전개하며 글로벌 활동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블랙핑크 역시 올해 YG와 재계약을 앞두고 있으나 업계에선 불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걸그룹의 짧은 수명은 가요계의 오랜 난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걸그룹은 앨범 판매량, 공연 등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보이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적다. 이때문에 히트곡을 냈다고 하더라도 재계약을 통해 오랫동안 활동을 유지하기 어려운 한계 지점이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블랙핑크, 있지, 에스파 등이 북미와 유럽 시장을 겨냥해 활동 반경을 넓히면서 팬덤 규모도 확장된 것에 반해 기존 걸그룹들은 그렇지 못한 점도 재계약 불발의 원인으로 꼽힌다.
한 가요 기획사 대표는 “뜸한 컴백과 공연으로 팬들의 불만이 많이 쌓인 것도 인지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그룹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운영하기 위해선 막대한 자본이 든다. 대형 기획사들의 막대한 자본력에 점점 더 중소기획사가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중소의 기적’이라 불렸던 아이돌 그룹의 수식어도 이젠 옛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jayee21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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