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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재미있을 겁니다.”
두산 이승엽 감독이 1루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팀내 최대 격전지 중 하나로, 저마다 뚜렷한 동기부여로 쟁탈전을 펼치고 있어서다. 주전과 백업이 가려지는 게 프로야구팀의 숙명이지만, 둘의 격차가 줄어들수록 팀 전력은 강해진다. 선의의 경쟁이 전력 상승으로 이어지는 시너지효과에 이 감독의 시선이 가 있다.
올해 두산 1루수 경쟁은 양석환(34)과 김민혁(27)으로 압축된다. 물론 강승호나 호세 로하스 등이 1루수로 나설 수도 있지만 양석환과 김민혁이 동반부진에 빠지거나, 박계범 이유찬 안재석 등 젊은 내야진의 약진 등 특수한 경우로 제한할 수 있는 장면이다.
양석환은 예비 프리에이전트(FA)다. 지난해 옆구리 부상 속에도 107경기에 출전해 20홈런을 때려냈다. 타점생산능력, 출루율, 타율은 살짝 떨어졌지만, 일발장타로 존재감을 각인했다. 2연속시즌 20홈런 돌파는 두산 오른손 타자 중에서는 쉽게 찾기 어려운 성적이다. 자신의 최고 성적을 거둔 2021년(타율 0.273, 28홈런 96타점) 기량을 회복하면 FA 대박도 기대할 수 있다. 강력한 동기부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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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혁은 일찌감치 두산의 차세대 4번타자로 낙점된 기대주다. 2015년 신인2차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6순위로 지명됐으니, 마냥 어린 선수는 아니다. 자리잡을 때도 됐다. 퓨처스리그에서 가능성을 증명했고, 지난해 후반기에는 1군에서도 통할 재목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가장의 무게도 커졌다. “돈 많이 벌어서, 가족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일념으로 우선은 ‘붙박이 1군’을 목표로 삼았다.
이 감독은 “둘 다 정말 열심히한다. 양석환은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해 캠프 분위기를 돋우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유쾌한 선수인줄 몰랐다”며 웃었다. 그는 “김민혁은 올해 기대하는 선수 중 한 명”이라며 “가진 힘이 정말 좋다. 김한수 수석코치께서 거의 맨투맨으로 접근해 여러 조언을 하고 계신다. 김민혁이 폭발하면, 내 고민도 커질 것”이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출발선에서는 양석환이 한발 앞서있다. 1군 경험도 많고, 성과도 확실하다. 추격자인 김민혁으로서는 조바심이 날 수 있는 상황. 그러나 김민혁은 “그라운드에는 당일 컨디션이 좋고 실력있는 선수가 나가는 게 당연하다. 나도 그런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차분함을 유지했다.
경쟁은 팀을 지탱하는 핵심요소다. ‘몰락한 왕조’로 놀림당하던 두산은 경쟁이 일상인 팀이다. 왕조 재건은 시간문제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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