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서지혜 TV조선 빨간풍선 인터뷰(1)
배우 서지혜. 제공 | 이음해시태그

[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탄탄한 연기로 시청자들을 설득해 내는 건 배우 서지혜(38)의 힘이다.

‘막장 대모’ 문영남 작가 특유의 자극적인 서사에 심지어 불륜녀 설정이다. 세련되고 지적인 이미지의 서지혜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지만, 서지혜의 20년 연기 내공은 TV조선 주말드라마 ‘빨간풍선’을 통해 빛났다. 어느덧 40대를 앞둔 서지혜에게 ‘빨간풍선’은 기존의 이미지를 벗어던짐과 동시에 스스로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자 자신감을 심어준 작품이다.

서지혜는 ‘빨간풍선’ 극본도 보지 않고 출연을 결정할 정도로 문영남 작가에 대한 신뢰가 두터웠다. 1회 3.7%(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한 ‘빨간풍선’은 입소문에 힘입어 마지막회에서 11.6%로 막을 내렸다. 시청률 상승을 서지혜는 모두 문영남 작가의 공으로 돌렸다. “거창하게 변신이라고 할 건 아니지만,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는게 배우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느낌의 배역이 어떤게 있을까 고민할 때 이 작품에서 제의가 들어왔고, 작가님의 필력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바로 선택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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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서지혜. 제공 | 이음해시태그

‘빨간풍선’은 인간의 욕망을 다룬 드라마로, 서지혜는 극중 조은강 역을 맡아 열연했다. 친구 한바다(홍수현 분)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과 끝없는 질투에 휩싸여 친구의 남편인 고차원(이상우 분)과 불륜에 빠지는 인물이다. 서지혜는 20년 우정을 버리고 사랑을 선택한 욕망만을 쫓는 여자의 면모를 세심하게 그려냈다.

자신과는 180도 다른 은강의 모습과 감춰진 욕망들이 흥미로웠다는 서지혜는 “작가님께서 사전 미팅 때 제게 0에서 100까지의 감정을 이 캐릭터를 통해 할 수 있을거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되게 무서우면서도 그래서 도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흔히 말하는 통속극 특성상 소리를 지르고, 울분을 토하는 등 과장된 감정을 발산하는 연기는 서지혜에겐 새로운 과제이기도 했다. “오랜만에 그런 감정들을 쓰니 어색하기도 하면서 힘들기도 했다. 요즘 드라마는 내면 연기를 많이 하다 보니, 극으로 치닫는 감정신에 몰입이 안 된 적도 많았다”고 고충을 털어놓으면서도 “어떨 때는 소리를 지르니까 카타르시스 느껴지기도 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이 있지 않나”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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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서지혜. 제공 | 이음해시태그

보통 서지혜가 연기한 은강과 같은 ‘불륜녀’ 캐릭터는 주인공이 아닌 서브 캐릭터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주연으로서 극을 이끌며 시청자의 공감까지 이끌어 낸 건 배우 서지혜의 단단한 내공 덕분이었다. 그 역시 “어려웠다”고 돌아보며 “주인공은 착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이 작품은 그걸 완벽히 부수는 것도 아니고 외줄타기를 한다. 작가님이 ‘완전한 악인이나 선인은 없다’고 했는데, 이 드라마를 통해 얘기하고 싶은 내용이 아니셨을까”라고 이야기했다.

함께 연기한 홍수현에 대해서는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친구라는 설정이다 보니 빠르게 친해졌다. 워낙 베테랑이셔서 저를 이끌어주셨다”며 “집중도가 굉장히 높으시고 노력파시다. 긴 대사도 NG 없이 소화해낸다. 모든 배우들이 넋을 잃고 바라보면서 박수 쳤다. 내공이 굉장히 단단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치켜세웠다.

2003년 SBS 드라마 ‘올인’으로 연기를 시작한 서지혜는 SBS ‘질투의 화신’, KBS2 ‘흑기사’ 등에 이어 tvN ‘사랑의 불시착’ 서단 역을 통해 큰 인기를 얻었다. 서지혜는 지난해부터 쉼 없이 달렸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키스 식스 센스’를 비롯해 tvN ‘아다마스’, 그리고 ‘빨간풍선’까지 세 작품에 연달아 출연했다.

5개월이란 짧은 시간 안에 20부작 ‘빨간풍선’을 찍어야 해서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터. 서지혜는 “한 꺼풀 다른 이미지를 보여줬다는 의미에서 제 나름대로는 하나의 도전이었으니까 만족한다. 다음 도전은 무엇일까 고민하는 과정 역시 재밌을 거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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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서지혜. 제공 | 이음해시태그

올해로 데뷔 20년차를 맞은 서지혜는 배우로서 지향하는 방향성에 대한 물음에 “인생이 제 맘대로 된 적이 없다. 정해둔다고 해서 그렇게 가지진 않더라”라고 털어놨다. “저는 서른 살에 아이를 낳고 결혼을 할 줄 알았다”며 웃은 그는 “그냥 즐기자는 마인드다. 그걸 이길 자가 없는 거 같다. 일하다 보면 지치고, 짜증나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는데 그 모든 걸 뿌리치려면 즐겨야 하는게 맞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연애와 결혼에 대해서도 “계획은 없다. 저도 계획을 세우고 싶다”면서 “이제는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다. 거기까지 왔다”며 호탕한 매력을 보였다.

이어 “엄마가 ‘이제는 결혼까지는 안 바란다. 그래도 연애는 해야 하지 않겠니’라고 하신다. 제가 노력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제 할 일 열심히 하고 있으면 인연이 찾아오지 않을까”라면서 “그런데 아직 1순위는 일인 거 같다. 일복이 많은 거 같다. 쉬어야 연애도 하는데 누군가를 만날 시간이 없다”며 연기에 대한 변함없는 욕심과 열정을 이야기했다.

jayee21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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