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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인천=정다워기자] 예상보다 싱거웠던 승부. 차이는 세터에서 갈렸다.
대한항공은 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6라운드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3-0(25-17 25-20 25-22) 완승을 거뒀다. 승점 3을 온전히 손에 넣은 대한항공은 71점을 기록하며 2위 현대캐피탈(66점)과의 차이를 5점으로 벌렸다.
이 경기 전까지 두 팀은 2점 차이로 치열하게 선두 싸움을 했다. 만약 현대캐피탈이 3점을 얻으면 역전까지 발생하는 상황이었다. 현대캐피탈은 최근 6연승을 달리며 기세를 올렸기 때문에 팽팽한 승부가 예상됐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경기 내용은 일방적이었다. 1~3세트를 치르는 동안 대한항공은 큰 위기 없이 현대캐피탈을 요리했다. 세트 초중반까지는 접전을 벌이면서도 이후에는 차이를 빠르게 벌려 비교적 여유롭게 승리하는 패턴을 경기 내내 반복했다.
사실 두 팀의 선수 구성을 보면 이 정도로 일방적인 결과가 나올 정도로 차이가 크지는 않다. 링컨~정지석~곽승석(정한용)으로 이어지는 대한항공의 삼각편대와 현대캐피탈의 허수봉~전광인~오레올 라인이 밀린다고 보긴 어렵다. 미들블로커 포지션의 경쟁력도 마찬가지다.
차이는 팀의 사령관인 세터에서 드러났다. 1985년생으로 우리나이 39세인 한선수와 2001년생으로 신인인 이현승의 경기력 차이가 컸다.
대한항공의 주전 세터 한선수는 여유로우면서도 다채로운 패턴으로 공격수들을 활용하며 현대캐피탈의 미들블로커 라인을 흔들었다. 1세트 초반에는 링컨, 조재영, 정한용 등을 다채롭게 활용했고, 링컨의 공격성공률이 올라오자 퀵오픈 위주의 공격을 구사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2~3세트 중요한 순간에는 정지석을 적극적으로 쓰는 모습도 보였다.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흔들림 없이 질 높은 토스 워크를 구사하는 한선수의 운영 덕분에 대한항공은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패하면 자칫 선두를 내줄 수도 있는 압박을 전혀 느끼지 않는 것처럼 한선수는 편안하게 사령관 역할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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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현대캐피틸의 1년 차 신인 세터 이현중은 결정적인 순간에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공격수들에게 올려주는 토스가 불안정했고, 이로 인해 공격수들도 득점에 애를 먹었다. 연승을 거두던 기간과는 경기력이 달랐다.
결국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2~3세트 경기 도중 이현중 대신 김명관을 투입했다. 전형적으로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쓰는 작전이었는데 이마저도 크게 통하지는 않았다.
경기 후 최 감독은 “확실히 이현승에게는 부담스러운 경기였던 것 같다. 현승이가 2~3년만 일찍 왔어도 이렇게 흔들리지는 않았을 것 같다. 아킬레스건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라며 “지금 당장 뭔가를 주입할 수는 없다. 부담감을 적게 받도록 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말했다.
반면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한선수는 경험이 많은 세터라 긴장을 하지 않는다. 그게 정말 큰 도움이 된다”라며 베테랑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날 승리로 대한항공은 정규리그 우승의 9부능선을 넘었다. 잔여 세 경기에서 큰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대한항공이 챔피언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한선수는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그는 “이겨서 좋다. 좋은 분위기로 계속 갈 수 있을 것 같다”라면서도 “아직 끝난 건 아니다. 아직 절반도 오지 않았다. 정규리그 우승을 해 절반을 채운 후 통합 우승에 도전하겠다. 좋은 분위기를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는 목표를 이야기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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