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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한국 드라마 ‘도깨비’의 ‘문’을 보고 ‘스즈메의 문단속’ 속 문을 떠올렸다.”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으로 한국을 찾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8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메가박스 성수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히며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교류’를 강조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미야자키 하야오 이후 일본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크리에이터이자 일본 내에서만 트리플 천만 관객을 동원한 스타 감독이다. 지난 2021년 국내에서 개봉한 감독의 전작 ‘너의 이름은’은 38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는 384만 관객을 동원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개봉 전까지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누적 관객 1위 기록이다.
8일 개봉하는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은 여고생 스즈메가 의자로 변한 청년 소타와 함께 재난을 막기 위해 문을 닫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모티브인 영화는 재난 앞에 무력한 인간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언어를 전한다.
지난해 한국의 이태원 참사 사건이나 최근 튀르키예 지진처럼 재난이 일상화된 현대인들에게 깊은 성찰을 안기며 제 7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이는 2002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황금곰상 수상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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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3부작…영화 곳곳 숨겨진 복선, 감독의 섬세함 담아
한국 드라마 ‘도깨비’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문’은 영화 속에서 중요한 오브제로 작용한다.
신카이 감독은 “매일 아침 나갈 때 문을 열고 ‘다녀오겠습니다’, 귀가할 때는 문을 닫고 ‘다녀오겠습니다’라는 인사를 건네곤 한다. 다시 말하면 ‘문’은 일상의 반복을 의미하는 심볼이다. 재해는 그런 일상을 단절시킨다. 아침에 문을 열고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나왔는데 돌아오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문’이 어울린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문을 찾아 여행 중인 청년 소타가 의문의 고양이 다이진 때문에 다리가 세 개인 의자로 변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감독에 따르면 고양이는 변덕스러운 자연을, 다리가 3개뿐인 의자는 상실 가운데 강하게 살아가는 의지를 의미한다.
신카이 감독은 “자연은 아름답다가도 어느날 ‘쓰나미’처럼 무시무시한 재해로 변하곤 한다. 예측하기 어려운 자연의 속성이 고양이의 성격과 닮았다”고 말했다. 이어 “소타가 다리 하나가 없는 의자로 변한 건 마음에 무언가를 상실했다는 걸 보여주는 설정이자 의자처럼 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라고 밝혔다.
스즈메가 고베, 도쿄, 등 일본 곳곳을 다니다보니 일본 현지에서는 사투리를 맛깔나게 표현했다는 호평도 이어졌다. 스즈메의 목소리 연기를 맡아 첫 성우연기에 도전한 배우 하라 나노카는 “처음이라 불안했는데 감독님이 각 지역 방언에 맞춰 세세하게 연출했다”며 “이모 역의 후카츠 에리가 특히 힘들어했지만 사투리 강사가 옆에 붙어서 지도했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그는 “스즈메가 극중에서 내내 달리는데 마이크 앞에 가만히 서서 액션 신을 하는게 어색했다. 달리는 호흡을 표현하기 위해 달리기도 하고 스쿼트도 하며 몸을 움직이면서 연기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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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극장가의 화두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습격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장기 흥행 중인데이어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도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며 선전하고 있다.
신카이 감독은 “일본과 한국의 문화나 풍경이 닮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신카이 감독은 “서울에 올때마다 그리움을 느끼곤 한다. 때로 어떤 부분은 도쿄의 미래로 여길정도다. 도시의 풍경은 사람의 마음을 반영하는데 한일 양국의 마음의 형태가 유사하기 때문 아닐까. 그래서 한국인들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일본인들은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치적인 상황은 파도처럼 좋을 때도 있고 나쁠때도 있지만 문화적인 부분은 강하게 연결되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너의 이름은’과 ‘날씨의 아이’를 잇는 감독의 재난 3부작이기도 하다. 신카이 감독은 “‘너의 이름은’의 흥행 이후 사회적인 책임감이 늘었다”고 털어놓으면서도 “차기작에는 더 이상 ‘재난’을 그리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 신작의 영감을 얻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너의 이름은’ 후 작품을 보는 관객이 늘어나면서 책임의식이 강해졌다. 엔터테인먼트로서 기능하는 애니메이션이 아닌 일본인 전체의 트라우마인 ‘재해’의 기억을 젊은이들에게 재미있게 전달하려고 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지진이 드물다고 들었지만 전쟁이나 사고같은 재해는 우리의 일상을 갑작스럽게 단절시키곤 한다. 그런 일상의 단절 뒤 사람들이 어떻게 회복되어 가는지, 한국관객들도 즐겁게 봐달라.”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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