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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김상수(왼쪽)가 18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시범경기 삼성전을 앞두고 삼성 박진만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 | 삼성 라이온즈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KBO리그 시범경기가 한창인 가운데 고교 야구 주말리그도 지난 18일 개막했다. 올해 입시를 앞둔 예비 수험생들은 매주 피말리는 경쟁을 펼쳐야 한다.

고교야구도 수준 차가 존재한다. 수도권 과밀화, 특히 서울지역으로 쏠림 현상이 심해 경기 출장기회를 잡기 위해 경기도나 지방으로 다시 전학하는 학생선수들이 많다. 서울에 남은 학생선수들은 아카데미 등에서 이른바 개인훈련으로 경쟁력을 확보한다. 부담은 고스란히 부모에게 전가되는 구조다. 야구는 단체 구기종목 중에는 돈이 꽤 많이 든다. 학교에 납부하는 회비뿐만 아니라 아카데미와 트레이닝 혹은 컨디셔닝 센터, 물리치료 등을 위한 병원기까지 감당하려면 매월 수백만원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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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경기를 치르고 있는 LG 선수들. 제공 | LG 트윈스

아이들에게 돈을 쏟아붓는 이유는 프로야구 선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모든 학생선수가 프로 유니폼을 입을 수 있는 건 아닌데 ‘내 자식은 다르다’는 희망으로 아이들에게 투자하는 부모가 한둘이 아니다.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에라도 보내려면, 지출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게 부모들의 마음이다. 공부하는 학생들도 매월 상당액을 사교육에 들이는 기형적인 한국의 입시 문화는 체육계라고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경기 성적이 입시와 직결되는데다 학교 운동부는 프로 입단과 대학 진학에 따라 평가가 나뉜다. 프로에 몇 명을 보냈고,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에 몇 명이 합격했느냐는 학교의 평판이 된다. 코치진의 몸값은 올라가고, 재능있는 극소수 학생선수가 하드케리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이어지기 좋은 토양이다.

[포토] 김종국 감독 \'수고했어\'
KIA 김종국 감독이 1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BO리그 시범경기 키움과 경기 후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일부 학부모는 뒷돈을 주고라도 자녀의 진학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엘리트 야구부가 있는 모든 학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인성, 과정 등의 얘기는 사전 속에만 있는 단어일 수밖에 없다. 뿌리가 튼튼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때문에 기구가 나서서 학생선수들이 과정에 집중할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매년 시행 중인 넥스트레벨 트레이닝 캠프를 확장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이른바 ‘남해안 벨트’를 훈련장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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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선수들이 일본 오키나와 실전캠프를 마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어릴 때부터 빼어난 재능을 보이는 선수는 연령별 국가대표팀에 뽑아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13세 이하부터 20세 이하까지 대표팀을 꾸려 여름, 겨울 방학 때 합숙훈련을 겸한 국제대회를 치르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프로에서 은퇴한 수많은 지도자와 선수가 교육에 참여하고, 청소년심리상담사 등이 정신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준다면, 학생선수의 지향점이 바뀔 수도 있다. 대표팀 생활을 한 선수들이 야구 선수로서 갖춰야 할 인성과 기본기를 학교팀 동료들에게 전파하면, 건강한 시너지효과가 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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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선수들이 지난 18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키움과 경기에서 승리한 후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제공 | 한화이글스

야구계는 ‘국제대회가 많지 않다’는 것을 이유로 대표팀 상시운영에 난색을 표한다. KBO리그 구단주가 의지를 보이면, 대회 9개를 만드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지역 청소년 대표팀을 초청해 홈&어웨이 대회만 유치해도, 성장기 학생선수들의 눈높이는 달라질 수 있다. 프로에서 쓸 선수를 프로가 직접 키우자는 의미다. 이 과정에 파생하는 다양한 진로 확장은 따로 다뤄야 할만큼 방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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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가 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투산 리드파크 에넥스필드에서 진행된 2023 스프링캠프 일정을 마무리했다. 투산(미 애리조나주) | 김민규 기자 kmg@sportsseoul.com

어쨌든, 대형 프리에이전트(FA)를 영입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것도 기업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4년 한 번꼴로 큰돈을 쏟아붓는 것보다 매년 빼어난 유망주를 꾸준히 배출하는 게 야구산업 발전에는 더 큰 도움이 된다. 1000억원짜리 시장을 1000억달러 시장으로 바꾸면, 기업이 누릴 수익도 확장한다. 9개 구단 구단주(키움은 구단주가 아니다)의 관심과 혜안이 필요하다. 아마추어 저변을 넓히려면, 자본이 투입돼야 한다. 저변이 넓어져야 프로선수가 아닌 다른 꿈을 꾸는 학생선수도 생겨난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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