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2루수 FA는 괜찮습니다. 서건창으로 할 수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다. 단장이 2루수 FA, 혹은 트레이드 영입에 대해 묻자 감독은 특별한 보강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지난 2년 동안 타율 0.245 OPS(출루율+장타율) 0.667에 그친 타자의 반등을 확신하며 기존 자원으로 2루수 문제를 해결할 것을 강조했다.
반등하면 더할나위없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봤을 때 확률이 떨어진다. 2014년 KBO리그 최초의 200안타 돌파(201안타)를 이루며 MVP까지 수상했지만 최근 모습은 누가봐도 ‘내리막’이었다.
내리막의 시작점은 두 번째 출발과 맞물려 있었다. 공교롭게도 LG 2루 고민을 해결해줄 ‘우승청부사’로서 유니폼을 갈아입은 시점부터 깊은 부진에 빠졌다.
2021년 여름 트레이드를 통해 LG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다시 입기 전까지 서건창은 아무리 못해도 평균 이상의 생산력을 자랑하는 타자였다. 201안타 신화를 이룬 2014년부터 2020년까지 wRC+(조정득점생산력) 7년 연속 100 이상을 유지했다.
하지만 서건창과 다시 인연을 맺은 LG 염경엽 감독은 확신했다. 서건창이 고전하는 이유를 명확히 파악하고 있다며 서건창이 예전 모습을 찾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염 감독은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을 맡았던 지난해부터 “너무 잦은 타격폼 수정이 서건창을 최악의 상황에 빠뜨리게 했다. 장점을 다 잃어버리게 했고 자신의 타격론까지 꼬여버리게 만들었다”며 “타격폼은 함부로 바꾸면 안 된다. 서건창처럼 자신 만의 타격폼으로 좋은 결과를 낸 선수는 특히 그렇다”고 주장해왔다.
그리고 서건창과 함께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은 후 방향을 정립했다. 서건창은 지난겨울 비시즌부터 예전 타격폼으로 돌아가기 위해 부지런히 땀을 흘렸다.
2년 연속 FA 재수, 나이도 어느덧 30대 중반에 가까워졌다. 치고 올라오는 유망주 후배까지 생각하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혹독하게 비시즌을 보냈다.
그 결과 예고편이 좋다. 배트를 몸에 최대한 밀착시키는 자신 만의 타격폼으로 돌아와 지난 25일까지 시범경기 타율 0. 333(36타수 12안타) OPS 0.844를 기록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타구질의 변화다. 지난 2년 동안 자주 나왔던 외야 플라이성 타구가 줄고 강한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늘었다. 안타 12개 중 4개가 2루타다.
타석에서 자신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서건창은 지난 25일 고척 키움전 3회초 무사 1, 2루 찬스, 볼카운트 3-0에서 배트를 휘둘렀다. 상대 선발투수 장재영의 149㎞ 속구에 빨랫줄 타구를 날려 적시타를 만들었다.
적어도 이 순간은 시계를 2014년으로 돌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당시 서건창과 염경엽 감독의 히어로즈는 어느 팀보다 3볼 타격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며 많은 타점을 뽑은 바 있다.
염 감독 구상에서 서건창의 타순은 테이블세터다. 2년 동안 출루율 0.427을 기록한 홍창기가 아닌 박해민과 서건창이 테이블세터로 출전하는 게 염 감독의 플랜A다. 홍창기를 하위타순에 두면서 하위타순과 상위타순이 강한 연결고리를 형성해 빅이닝을 만드는 청사진을 그렸다.
물론 아직 예고편이다. 반전이 현실이 되려면 정규시즌에서도 시범경기와 같은 타격이 나와야 한다. 일단 수비에 있어 LG 2루수 중 서건창이 가장 안정적인 것은 분명하다. 꼭 2014 MVP 시즌이 아니어도 된다. 2014시즌 이후 히어로즈에서 보여준 모습만 서건창이 재현해도 LG 타선은 크게 업그레이드된다. 상대 투수에게는 쉴틈없는 지뢰밭 사선이 될 수 있다.
염 감독이 LG를 두고 정의한 ‘타격의 팀’으로 향하는 키를 서건창이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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