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누군가 남자배구가 재미없다 하거든 고개를 들어 플레이오프를 보게 하라.

최근 몇 년간 남자배구는 여자배구에 밀려 찬밥신세였다. 국제대회에서의 성과가 부족했고, 과거의 김세진, 신진식, 후인정, 김상우, 혹은 문성민 같은 스타의 부재로 인해 관심도가 떨어졌다. 관중석은 텅텅 비었고, 시청률도 여자에 비해 터무니 없이 낮은 게 현실이었다.

이번시즌 봄배구를 보면 남자부에도 희망이 존재하고, 충분히 반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들이 감지된다.

당장 관중수로 체감된다. 우리카드와 한국전력의 준플레이오프가 열린 22일 장충체육관에는 2977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24일 천안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는 2243명이, 26일 수원에서 열린 2차전에는 3504명이 입장했다. 시즌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숫자였다.

시청률도 마찬가지다. 닐슨코리아 집계에 따르면 26일 KBSN스포츠에서 생중계한 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의 전국 케이블 가구 시청률은 1.33%로 집계됐다. 케이블 일일순위 10위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수도권 기준으로는 시청자수 9위에 오르기도 했다. SBS스포츠(0.34%) 시청률까지 합치면 1.67%에 달했다. 시즌 평균을 고려하면 분명 눈에 띄게 상승했다.

경기 자체가 재밌었다. 특히 플레이오프 1~2차전은 경기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이 이어졌다. 두 경기 모두 풀세트까지 갔고, 달아나면 추격하는 경기 양상에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1차전은 플레이오프 역대 최장시간 경기 기록을 세웠고, 2차전의 경우 5세트에 듀스까지 가는 혈전이었다.

경기력도 우수했다. 공격수들은 화려한 공격을 구사했고, 집중력 높은 수비로 어려운 랠리 상황이 자주 만들어졌다. 남자배구의 묘미를 느끼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현재 남자배구를 대표하는 스타들의 활약도 눈 부셨다. 현대캐피탈의 에이스 허수봉은 두 경기에서 47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2차전에서는 국내선수 플레이오프 최다득점에 해당하는 30득점을 폭발시키며 맹활약했다. 외국인 선수가 주로 활약하는 포스트시즌의 특성을 깨고 팀의 거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꽃미남으로 유명한 한국전력의 차세대 스타 임성진도 만만치 않았다. 이번 봄배구는 ‘임성진 시리즈’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임성진은 두 경기 합계 45득점으로 허수봉 못지 않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서브에이스, 블로킹도 각각 4회를 기록했고, 디그 19회로 공격뿐 아니라 수비적인 면에서도 재능을 뽐내고 있다. 이제 외모한 수려한 선수가 아니라 실력도 뛰어난 스타로 정착한 모습이다.

두 선수는 경기 내내 치열하게 경쟁하면 새로운 라이벌 구도를 구축했다. 허수봉은 1998년생, 임성진은 1999년생이다. 이제 막 운동선수로서 만개할 나이에 접어든다. 두 선수는 이미 각 팀에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번 봄배구를 통해 더 큰 스타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뿐만 아니라 문성민, 신영석, 박철우 등 올드팬에게도 익숙한 베테랑들도 존재감을 발휘하며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곳곳에 흥행 포인트가 자리하고 있다.

결말과 관계 없이 이번 플레이오프는 남자부도 충분히 흥미롭고 흥행할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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