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KBO리그에 또 한 번 놀라운 소식이 터졌다. 이번에는 ‘백 마진(Back margin)’ 파문이다. 장정석(50) 전 KIA 단장이 박동원(33·LG)을 상대로 뒷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양 측의 입장 차이가 있는 상황. 이런 일이 벌어진 것만으로도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다.

29일 KIA는 징계위원회를 열고 장정석 단장의 해임을 결정했다. “지난해 모 선수와 협상 과정에서 금품 요구를 했다는 제보를 지난 주에 받았다. 사실 관계를 떠나 어떤 이유에서라도 소속 선수와 협상 과정에서 금품 요구라는 그릇된 처신은 용납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KIA는 트레이드를 통해 키움에서 박동원을 데려왔다. 상대적으로 약한 포지션이기에 보강이 필요했고, 결정을 내렸다. 장기계약으로 눌러앉힐 생각까지 했다. 실제로 협상도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성사 소식은 없었다. 시즌을 마친 후 박동원은 FA가 됐다. 여전히 KIA가 박동원을 잡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박동원은 KIA를 떠나 LG로 향했다. 4년 65억원의 대형 계약을 맺었다.

‘무슨 일이 있었나’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KIA가 65억원을 쓰지 못할 구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뒷돈 이야기가 나왔다.

박동원 측은 시즌 도중 연장계약 협상 때부터 장 전 단장이 뒷돈을 요구했다고 했다. KIA의 설명에 따르면 장 전 단장이 ‘농담조’로 그런 말을 했다. 그러나 박동원의 생각은 달랐다.

녹취 파일이 있었고,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에 문의했다. 장동철 사무총장은 “절대 농담이 아니다”고 했다. “계약과 관련된 얘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단어가 나왔다. 한 번이면 농담이지만, 두 번씩 들렸다. 절대 농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 위치(단장직)에 있는 사람이 선수에게 그렇게 제안을 하면 선수는 거절하기 어렵다. 다음에 다른 선수에게도 그런 상황이 또 나올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박동원이 LG와 계약을 체결했을 때 의아한 시선도 제법 있었다. KIA가 제시한 조건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서울이 환경이 더 좋기에 LG를 택했다’ 같은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번 신고를 통해 뭔가 이유가 보이는 듯하다. 정말로 장 전 단장이 ‘백 마진’을 원했다면, 박동원 입장에서는 계약을 하지 않는 쪽이 오히려 안전하다. 실제 계약 규모도 LG 쪽이 더 나았을 수 있다.

물론 모든 것은 아직 알 수 없다. 추측일 뿐이다. 그러나 의심은 의심을 낳기 마련이다. ‘혹시 뭔가 더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갑자기 사실을 알게 된 KIA도 당혹스럽다. 단장 해임 후 사과문도 동시에 냈다. “개막을 앞두고 있는 KBO리그 전체에 누를 끼치게 돼 리그 모든 구성원분들에게도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이번 사안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준법 교육에 더욱 힘쓰고,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장 전 단장은 지도자로도, 프런트로도 ‘성공한 인사’로 꼽힌다. 덕수상고(현 덕수고)-중앙대를 거쳐 1996년 현대에 입단했다. 현대-KIA를 거치며 2003년까지 뛰었다.

선수로는 빼어나지 않았다. 은퇴 후 더 돋보였다. 감독으로서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도 이끌었고, 단장으로서 포스트시즌 무대도 밟았다. 현장 수장, 프런트 수장으로 모두 성과를 냈다. 그러나 이번 일을 통해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다. 다시 야구계에 몸을 담기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졸지에 KBO리그는 WBC 참사, 서준원 미성년자 성범죄에 이어 세 번째 거대한 타격을 맞고 말았다. 이쯤 되면 무섭다. ‘또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해야 하는 현실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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