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상암=박준범기자] 가수 임영웅과 팬클럽 영웅시대가 축구를 향한 존중과 품격을 보여줬다.

FC서울과 대구FC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6라운드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4만5007명의 관중이 운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이후 프로 스포츠 최다 관중 기록이다. 여기엔 가수 임영웅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임영웅은 서울 소속 황의조, 기성용과 인연으로 시축을 자청했다. 때문에 경기 전부터 숱한 관심을 받았다. 예매표는 이미 동이 난 지 오래였다. 현장에서도 티켓 구매가 계속 이어졌다. 경기장 안팎은 관중들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임영웅은 서울 유니폼과 40주년 기념 머플러를 착용하고 등장했다. 구단에서는 임영웅의 축구 동호회 등번호인 10번이 마킹된 유니폼을 제안했지만, 임영웅은 서울 서포터즈 ‘수호신’의 상징 번호인 12번이 더 의미 있을 것 같다는 뜻을 전달했다. 그렇게 등번호 12번이 적인 유니폼을 착용했다. 임영웅은 시원한 왼발 킥으로 시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임영웅 효과’는 서울 선수들도 일깨웠다. 황의조의 페널티킥 득점을 시작으로 전반에만 3골을 넣었다. 임영웅은 서울의 득점이 터질 때마다 환호하며 기쁨을 나눴다. 그리고 하프타임에는 임영웅이 깜짝 공연했다. 예정에 없던 노래와 퍼포먼스였다. 당초엔 시축과 경기 관람만 예정했으나, 폭발적인 반응과 수많은 팬이 찾기에 임영웅은 이에 보답하기로 마음먹었다는 후문.

임영웅은 하프라인 부근에서 공연했는데, 운동화도 구두도 아닌 축구화를 신었다. 임영웅은 물론 댄서들도 모두 축구화를 착용했다. 축구장인 만큼 잔디가 상할 수 있기에 임영웅이 취한 존중법이었다. 임영웅은 축구화를 가리키는 퍼포먼스까지 선보였다. 그리고 임영웅은 하프타임 공연 후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90분 경기를 모두 관전한 뒤 경기장을 떠났다. 경기장을 떠나면서 마지막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함께한 기성용과 황의조도 “(임영웅이) 자주 왔으면 좋겠다”고 효과를 체감했다.

‘영웅시대’도 마찬가지다. 임영웅을 보기 위해 수많은 관중이 운집했는데, 처음 경기장을 찾는 분들이 많을 공산이 컸다. 그럼에도 서울의 응원을 함께 따라 하며 축구와 응원 문화에 그대로 녹아들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선수단이 팬께 인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관중석을 깔끔하게 청소했다. 한 서울 관계자가 “(‘영웅시대’ 분들이) 경기 시작 전보다 깨끗하게 청소하고 갔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임영웅 효과만큼 임영웅과 영웅시대의 존중과 품격도 빛났다.

beom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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