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임영웅 효과’는 비단 관중 기록만 남은 게 아니다. 4만여 함성 속에 신명나게 뛴 FC서울 선수들은 그간 가려운 구석을 말끔하게 씻어냈다. 선두권 경쟁을 지속할 발판을 마련했다.
안익수 감독이 이끄는 서울은 지난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6라운드 대구FC와 홈경기에서 3-0 완승했다. 리그 4승2패(승점 12)가 됐다. 대구는 1승3무2패(승점 6)다.
예정대로 인기가수 임영웅이 시축자로 나선 가운데 거대 팬덤 ‘영웅시대’가 상암벌을 찾으면서 무려 4만5007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이후 한국 프로스포츠 최다 관중 신기록이다.
어린 시절 축구 선수를 꿈꾼 적이 있는 임영웅은 주력 공격수 황의조, 베테랑 미드필더 기성용과 친분으로 서울 홈경기장을 찾았고 시축자로 나섰다. 하프타임엔 걸그룹 댄스를 곁들인 깜짝 공연으로 장내를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다.
이런 분위기와 어우러져 서울은 전반에만 올 시즌 한 경기 최다골(3골)을 몰아치며 승점 3을 보탰다.
단순한 승리가 아니다. 우선 유럽 무대에서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다가 지난 겨울 서울로 6개월 단기 임대 이적한 황의조가 ‘영웅의 기운’을 받으며 전반 11분 페널티킥 선제 결승골을 꽂았다.
그가 클럽 소속으로 득점에 성공한 건 지난해 4월10일 프랑스 보르도 시절 FC메스를 상대한 이후 1년여 만이다. 프로 데뷔팀인 성남 시절 스승인 안 감독 밑에서 부활을 꿈꾼 그는 K리그 복귀 이후 지난 5경기에서 침묵했지만 이날 침착하게 오른발로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면서 부활의 날갯짓을 했다.
비록 필드골은 아니지만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계기가 됐다. 관중석에서 이 모습을 바라본 임영웅도 일어나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서울은 전반 32분 ‘해결사’ 나상호의 추가골에 이어 전반 41분 팔로세비치가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에서 송곳 같은 왼발 슛으로 대구 왼쪽 골문을 갈랐다. 서울은 그를 비롯해 좋은 키커를 보유했지만 직접 프리킥 득점률이 최근 저조했다. 기세를 몰아 팔로세비치가 장기인 왼발로 프리킥 골에 성공하자 안 감독은 어느 때보다 함박웃음을 지었다.
또다른 소득은 골키퍼 백종범의 선방이다. 서울은 리그 초반 주전으로 나선 최철원이 두 차례 결정적인 실책을 범하며 일본 J리그로 떠난 양한빈(세레소 오사카)의 공백을 절실히 느꼈다.
안 감독은 U-23 대표팀에서 활약 중인 백종범을 지난 1일 대전전부터 선발 출전시켰다. 그는 이날 후반 케이타의 결정적인 슛을 저지하는 등 8차례 골문으로 향한 대구의 슛을 저지했다. ‘골키퍼 리스크’를 줄이는 데 앞장서면서 코치진의 신뢰를 얻게 됐다.
서울은 이날 구름 관중에 완벽한 경기력, 흥미로운 팬 서비스로 K리그 매력을 뽐내는 데 앞장섰다는 평가다. 경기력 뿐 아니라 관중 동원에서도 흐름을 놓치지 않고 명가 재건의 디딤돌을 놓겠다는 의지다. 임영웅이 찾은 날, 서울은 그야말로 일거다득 (一擧多得)의 승리를 누렸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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