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제주=강예진기자]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는 픽.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27일 제주 썬호텔에서 열린 2023 KOVO 남자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 최종 드래프트서 필리핀의 191cm 아웃사이드 히터 마크 에스페호(26)를 지명했다.

대한항공이 당초 1순위로 생각했던 리베로 료헤이 이가는 한국전력 품에 안겼다. 선수 선발은 구단 간 공정성 확립을 위해 팀당 똑같은 7분의 1 확률로 1명을 뽑을 수 있는데, 대한항공은 세 번째로 구슬이 나왔다. 1순위 지명권을 쥔 삼성화재가 몽골 아웃사이드 히터 에디를, 2순위 지명권은 이가를 생각하고 있던 한국전력이 쥐면서 ‘이가 쟁탈전’서 고개를 숙인 것.

나쁘지 않았던 3순위 지명권. 눈여겨 봤던 에디와 이가를 뺏겼지만, 다양한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몽골의 바야르사이한(197cm·OH)과 최장신 차이 페이창(203cm·MB) 등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토미 감독은 에스페호를 호명했다.

에스페호는 일본과 태국, 바레인 등 여러 해외 무대를 경험했다. 2018~2019시즌 일본 바이스 애들러, 다음시즌에는 태국의 비사카에 몸 담았다. 2021년부터는 일본의 FC도쿄 유니폼을 입는 등 여러 리그를 오갔다. 특히 일본에 몸담았을 당시 토미 감독과 한 리그에 있었다. 토미 감독은 “에스페호와 같은 리그에 있었기 때문에 그의 기술 수준과 성격을 잘 알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스페호는 “일본에 있을 때 토미 감독은 울프독스 나고야에 있었다”며 당시를 떠올리기도 했다.

아시아쿼터 참가 선수 가운데 안정적인 리시브로 눈길을 사로 잡은 선수였다. 토미 감독 역시 “전반적으로 훌륭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팀을 다양한 방법으로 도울 수 있다. 또한 팀에 긍정적인 태도 및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명 이유를 설명했다.

에스페호는 “너무 긴장해서 심장이 터질 뻔 했다. 디펜딩 챔피언인 대한항공에서 뽑아줘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한항공에는 국가대표 아웃사이드 히터가 자리하고 있다. 곽승석과 정지석인데, 최근 성장세가 가파른 정한용까지 있다. 이에 에스페호는 “나도 대표팀 선수다”라고 웃으며 “그 선수들을 많이 도와줘야 한다. 자리를 위해 경쟁해야 하지만, 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최선을 다해 팀을 돕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정지석과는 연이 있다. U23세 대표팀 때 상대로 마주한 적이 있다. 에스페호는 “그땐 적으로 만났지만, 지금은 한 팀에서 뛰게 됐다. 흥분되고 기대된다”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필리핀에서는 농구가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다 . 에스페호도 농구를 했지만, 부상으로 인해 배구 선수로 방향을 튼 케이스다. 그는 “왼손잡이로 농구를 시작했는데 부상을 당했다. 배구는 오른손으로 할 수 있기에 바꿨다”고 설명하면서 “농구가 필리핀의 메인 스포츠다. 그 다음이 여자배구다. 내가 V리그에서 뛰는게 (인기의) 전환점이 됐으면 좋겠다. 남자배구를 알리기 위한 ‘도구’가 되고 싶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인터뷰 내내 자신감이 넘쳤다. 에스페호는 “리시브가 강점이다. 블로킹과 공격은 다 똑같다”고 어필하면서 “도전 자체를 좋아한다. 해외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게 있다. 배웠던 걸 한국에서 공유할 수도 있다”면서 “어려운 상황에서 오는 압박감을 즐기는 편이다. 한국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그러면서 “필리핀에도 배구를 잘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이순간 만큼을 기다려 왔다”면서 대한항공 유니폼이 어떻냐는 물음에 엠블럼 위의 별을 가리키면서 “너무 무겁다”며 센스 있는 답변으로 기자회견장을 웃음 바다로 만들기도 했다.kk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