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대구=김동영기자]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그만큼 신경이 쓰이는 순간. 그 어떤 재능도 ‘학폭’은 안 된다는 점을 다시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두산 김유성(21) 이야기다.

두산은 27일 김유성을 전격적으로 1군에 등록했다. 25일부터 동행은 했다. 26일에는 불펜피칭을 실시했고, 투수코치가 체크했다. 구위가 괜찮다고 판단했고, 27일 1군 엔트리에 들었다.

지난해 10월13일 신인들과 계약을 마쳤다고 발표했다. 이후 196일 만에 김유성이 1군에 이름을 올렸다. 개막 27일 만이 된다. 적지 않은 루키들이 1군에 올라왔고, 활약했지만, 김유성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심지어 스프링캠프도 가지 못했고, 시범경기 등판도 없었다.

이유가 있다. 학폭 때문이다. 중학교 시절 폭력을 행사했다. 어린 시절 치기였을 수도 있지만, 야구 인생에 꽤 큰 걸림돌이 됐다. 2021년 NC가 1차 지명으로 김유성을 뽑았다. 오랜만에 지역에서 1차 지명감이 나왔다고 했다.

그러나 학폭 이슈가 떠올랐고, 비난 여론이 거셌다. 결국 NC는 지명을 포기했다. 애꿎은 지명권만 날아갔다. 김유성도 대가를 치러야 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로부터 1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고려대 2학년인 지난해 2023 KBO 신인드래프트에 지원했다. 두산이 2라운드에서 김유성을 지명했다. 놀라운 선택이었다. ‘어느 팀에도 지명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꽤 많았는데, 두산이 상위 라운드에서 뽑았다. 1차 지명이 있던 시절이라면 2차 1라운드에 뽑은 선수가 된다.

비판이 꽤 많았다. 당시 김태룡 단장은 “고민이 많았다. 선수가 많이 반성하고 있다고 한다. 선수를 만나서 과거사를 확인한 후 대응책을 고민하겠다. 차근차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정면돌파 선언이다.

이승엽 신임 감독이 왔고, 취임식 자리에서 “나라도 같이 사과를 하겠다. 김유성이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용서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능만 보면 쓰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선수를 섣불리 쓰기도 어려웠다.

팬들은 분노했다. 근조 화환을 보냈고, 트럭 시위까지 했다.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두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만큼 재능을 높이 샀다는 의미다.

이후에도 많은 일이 있었다. 피해자 측을 고소하기도 했고, 출전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팬들의 눈쌀을 지푸리게 만드는 일도 있었다. 어느 하나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고소 건은 불기소 처분이 나왔고, 가처분 신청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 좋은 소리만 더 듣게 됐다.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운동 뿐이었다. 스프링캠프도 가지 못했고, 시범경기 등판도 없었다. 퓨처스에서 3경기에 나서 1승, 평균자책점 2.77을 기록했다. 준수했다. 그리고 지난 21일 반전의 계기가 완성됐다.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은 것이다.

이승엽 감독은 25일 김유성을 1군에 불렀다. 우선 동행을 했고, 27일에는 마침내 1군 엔트리에 들었다. 이승엽 감독은 “기용할 때라고 봤다. 이해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김유성도 “용서해줘서 감사하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김유성은 대략 9~10분 정도 인터뷰를 했다. 긴 시간이 아니다. 학폭 관련 질문도 당연히 갔다. 조심스러웠고, 신경을 많이 쓰는 모습. 식은땀도 흘렸다. 선수 자신에게 당연히 불편할 수밖에 없는 자리이기도 했다.

용서를 받았지만, 팬들의 눈초리는 여전히 싸늘하다. 이제는 학폭이 사회적인 문제가 된 상황. 과거사이고, 화해를 했다고 ‘없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니다. 특히나 김유성은 과정이 좋지 못했다.

결국 자신이 학폭을 저지르지 않았으면 될 일이다. 야구만 열심히 했다면, 1차 지명을 통해 이번에 받은 1억5000만원보다 더 많은 계약금을 받으면서, 일찍 프로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일찍 프로에 지원했기에 대학 4년을 전부 다닌 것보다 빠르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2년을 허공에 날렸다.

여럿 힘들게 한 케이스다. 김유성 자신도 힘들었지만, NC도, 두산도 모두 힘들었다. 출신 학교도 계속 좋지 않은 일로 교명이 거론됐다. 좋은 일이 아니다.

모든 학생 선수들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그 어떤 탁월한 재능이라도 학폭은 안 된다. 야구만 잘하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야구로 보답하겠다”고 하는 것도 이제는 안 될 일이다. 갈수록 더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

김유성은 “야구장 안팎에서 모범적인 선수가 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약 10분의 시간이 어려웠을 것이다. 죄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하면 과한 표현일까. 단순한 이치다. 잘못을 하면 벌을 받는다. 김유성이 흘린 ‘식은땀’은 꽤 많은 것을 시사한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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