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이 왜 죽어야 하나”…안전은 뒷전, 책임은 공중분해 안된다!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들뜬 마음으로 경기장을 찾는다. 하지만 지난 3월 29일 창원NC파크를 찾았던 한 20대 여성 팬에게 야구장은 생의 마지막 공간이 되고 말았다.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한창이던 오후, 성인 키보다 크며 무게는 60kg에 달하는 외벽구조물 ‘루버’가 경기장 4층 높이에서 관중석 외부 복도로 떨어졌다.
구조물은 매점 천장을 때린 후, 그곳에 있던 관중 3명을 덮쳤고, 이 가운데 머리를 심하게 다친 20대 여성 A씨는 결국 이틀 뒤 숨을 거뒀다.
갑작스럽고도 어이없는 사고에 야구팬은 물론, 이 소식을 접한 모든 사람들이 충격에 빠졌다.
사고 발생 후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오른 건 책임소재다. 창원NC파크는 2019년 완공된 신축 야구장으로, 시설 관리권은 창원시설공단, 운영권은 NC 다이노스가 가지고 있다. 특히 NC는 25년간 운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선납금 포함 330억 원을 창원시에 납부했다.
공식 계약에 따르면, 대규모 보수는 창원시가 맡고, 소규모 관리는 NC가 담당한다. 사고 구조물이 어떤 범주에 속하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또한 리그에 대한 최종 책임은 KBO에 있다.
경찰은 사고 직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도 열려있다. 법률상 1명 이상 사망 시 ‘중대시민재해’로 규정되어 사업주나 법인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루버가 떨어진 이유로는, 고정 앵커가 부실하거나 또는 시공상 하자가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부에서는 바람 등 기상 변화에 대비한 정기적 점검이 없었다는 점도 지적한다.

사고 이후 NC는 유족에게 사과하고, 4월 1일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기로 했으며 KBO는 3일까지 전 구장 경기 취소 및 전면 점검에 나섰다.
그러나 야구팬과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머리를 다친 여성팬은 이미 숨을 거뒀다.
그렇기에 가장 시급한 건, 공공체육시설의 안전 주체와 책임 소재를 우선 명확히 하는 것이다. 위탁 운영 구조에서 책임 주체가 모호한 만큼, 계약서상 책임 범위의 명문화와 관리 매뉴얼 정비가 필수다.
전문기관에 의한 주기적인 정밀점검도 필요하다. 특히 구조물의 노후화, 기후 변화에 따른 부착물 점검이 강화되어야 한다. 야구장은 지붕이 있는 구조물이기에, 관중밀집 구역의 상부구조물에 대한 일제조사 및 보강도 추진되어야 한다.
KBO, 각 구단, 지자체는 재발 방지책을 만들고 신속히 실천하지 않는다면, NC파크에서 숨진 관중의 죽음은 훗날 단순 사고로 기록될 뿐, 한국 야구의 진정한 ‘반성’은 없을 것이다.
만약 책임 미루기로 일관한다면 또 다른 참사는 시간문제다. 책임 소재를 따지는 건 징벌의 목적보다 재발 방지를 위한 첫걸음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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