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장강훈기자] “리셋 버튼을 눌러서, 다시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속이 타들어간다. 했던말을 반복하는 것도 지쳤다. 그래도 시즌은 시작했고, 어쨌든 120경기(1일 현재)를 더 치러야한다. 반등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바람이다.

한화는 최악의 4월을 보냈다. 24경기에서 거둔 승리는 단 6승. 한차례 무승부를 포함해도 승률이 0.261에 불과하다. 10번 중 세 번을 이기는 게 야구인데, 첫단추를 잘못뀄다. 팀타율 최하위(0.217) 최소득점(81개)에 머물렀다. 팀 평균자책점(4.36)은 최악을 면했지만, 리그에서 여덟 번째로 많은 점수(115점)를 내줬다. 투타 엇박자가 아닌 동반 부진이다. 4월 마지막 다섯 경기를 내리 패해 9연패에 빠진 KT보다도 아래로 처져있다. 총체적 난국이다.

수베로 감독은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원정경기를 앞두고 “새로운 달을 맞았으니 새출발한다는 마음으로 잠실에 왔다”며 “4월은 악순환의 연속이었지만, 소득이 아주 없지는 않아 5월을 기대해본다”고 희망을 얘기했다.

감독의 눈에 띈 소득은 테이블세터 발굴이다. 리드오프로 나선 이원석(24)은 비록 타율은 0.244에 그치지만 끈질긴 타격으로 0.433에 이르는 출루율을 기록했다. 수베로 감독은 “기존에 없던 유형의 타자”라고 평가했다.

2번타순에 배치한 노수광도 출루율이 0.352다. 시즌 타율(0.211)보다 1할 이상 높은 수치. 수베로 감독은 “이원석과 노수광이 높은 출루율로 기회를 만드는 점은 고무적”이라며 “채은성(타율 0.319 4홈런 20타점) 노시환(타율 0.316 10타점) 등 중심타선도 그나름의 역할은 하고 있다. 4월에 얻은 수확”이라고 밝혔다. 관건은 연결이 안된다는 점. 테이블세터가 출루하면 중심타선이 침묵하고, 중심타선에서 점수를 뽑아내면 하위타선에서 맥이 끊기는 경기가 많았다. 승리를 따내기 어려운 패턴.

“그라운드에 나가면 모든 순간 최선을 다하라”는 메시지는 한화 지휘봉을 잡은 날부터 강조했던 말이다. 수베로 감독은 “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 이를테면 전력질주하는 등의 것은 확실히 해내야만 한다. 그래야 우리 야구를 할 수 있고,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4월의 소득을 얘기할 때는 가끔 농담을 섞었지만 “리셋 버튼을 누르고 싶다”는 말에서 마음고생이 드러났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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