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4년 동안 진짜 잘 데려왔다는 얘기를 계속 듣고 싶다. 계속 열심히 준비하겠다.”
공수가 두루 뛰어난 수준급 포수임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지만 MVP급 활약을 예상하지는 못했다. 만일 지금 시즌이 끝나면 포수 골든글러브는 물론 MVP도 바라볼 수 있다. LG 새 주전포수 박동원(33) 얘기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8번 타자다. 지난 9일 잠실 넥센전까지 하위타순에서 3연속경기 홈런, 3경기 동안 4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홈런 8개로 홈런 부문 1위에 올랐다.
홈런 영양가도 만점이다. 지난 3일 창원 NC전에서 에이스 구창모를 상대로 11구 승부 끝에 결승 솔로포. 7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에이스 곽빈을 경기 초반 공략하는 솔로포를 터뜨렸다. 이후 투런포로 두산전 완승을 이끌었고 9일 잠실 키움전에서는 패색이 짙었던 8회말 동점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키움이 연패를 끊기 위해 마무리투수 김재웅을 8회에 올리는 강수를 뒀으나 박동원은 김재웅의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3경기 홈런 4개가 모두 천금의 한 방이었고 박동원의 대포로 LG는 4연승을 달성했다.
이미 모두가 인정하는 파워히터다. 통산 122홈런, 2년 전에는 처음으로 한 시즌 20홈런 이상도 기록했다. 번개같은 배트 스피드로 잠실구장 담장도 훌쩍 넘기는 타구를 만든다.
그런데 올시즌 박동원은 마냥 장타만 치는 타자가 아니다. 향상된 선구안으로 투수를 끈질기게 물어지고 볼넷을 골라 출루한다. 삼진(18개)보다 많은 볼넷(19개)으로 출루율 0.386을 기록하고 있다. 장타율 0.543으로 OPS 0.929. 2010년 조인성 이후 LG 포수 최고 타격지표를 기록 중인 박동원이다. 9일 키움전 결승 득점도 10회말 박동원의 볼넷 출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은 아니다. LG 염경엽 감독은 캠프부터 박동원의 진화를 눈으로 확인했다. 개막전 박동원을 4번 타순에 배치하며 “캠프에서 모습을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과거 넥센에서 함께 했던 동원이의 모습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잠실 키움전을 앞두고는 “나쁜 버릇이 많이 고쳐졌다. 과거의 동원이는 스윙 후 마지막 동작이 너무 컸다. 그러다가 포수를 맞히기도 했다. 그 부분이 많이 좋아졌다. 아직도 가끔 헬멧이 벗겨지는 모습이 나오기는 하지만 점점 더 좋아질 수 있다. 그러면 타율도 2할8푼까지는 올라가고 좋은 타구도 계속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센터라인이 강해야 진짜 강팀이다. LG가 강한 타선을 구축한 비결도 여기에 있다. 포수 박동원부터 유격수 오지환, 중견수 박해민까지 센터라인을 지키는 야수들이 공수에서 두루 활약한다. 박동원 영입 효과로 4번 타자 같은 8번 타자, 상위타순 같은 하위타순을 구축한 LG다.
반짝 활약에 그칠 생각은 없다. 체력소모가 많은 포수라 페이스가 떨어질 수도 있지만 첫 한 달을 잘 버틴 만큼 순항할 것을 자신했다.
박동원은 “4월이 고비라고 생각했다. 4월이 지난 만큼 앞으로도 괜찮을 것 같다. (김)기연이도 출전하면서 감독님께서 휴식도 잘 주신다. 체력적으로 문제 없다고 본다”며 “사실 LG에 오면서 ‘괜히 데리고 왔다는 얘기는 안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열심히 준비했는데 다행히 그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웃었다.
덧붙여 “최근 팬들이 많이 응원해주시고 좋은 얘기도 듣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 하지만 아직 LG에서 첫 시즌이고 시즌 초반이다. 4년 동안 진짜 잘 데려왔다는 얘기를 계속 듣고 싶다. 계속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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