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지금 굉장히 잘해주고 있다. 여기서 더 잘하려고 고민하고 막 지키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같은 길을 걸어봤기 때문에 진심어린 조언을 할 수 있다. KT 홈런왕 박병호(37)가 최근 뜨겁게 방망이를 돌리고 있는 문상철(32)을 응원했다.
박병호와 문상철 둘이 타선 대폭발 중심에 섰다. 둘은 지난 16일 잠실 LG전에서 각각 4번과 5번 타순에 배치돼 3회초 빅이닝을 만들었다. 박병호가 적시 2루타를 쳤고 이어 문상철이 투런포를 쏘아 올리며 KT의 역전을 이끌었다. 5득점을 올린 5회초 빅이닝에서도 박병호는 좌전안타, 문상철을 볼넷으로 출루해 흐름을 이어갔다. 이날 박병호는 3안타 2타점, 문상철은 시즌 4호 홈런을 기록했다.
5월에만 홈런 3개를 기록할 정도로 최근 페이스가 좋은 문상철이다. 단순히 홈런만 많은 게 아닌 5월 타율 0.425 OPS 1.215로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부상으로 주축 선수들이 빠진 KT 타선을 문상철이 이끈다.
이날 약 2주만에 선발 출전한 박병호도 이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박병호는 경기 후 “지금 문상철 선수가 잘하는 것은 누구의 조언 덕분은 아니라고 본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좋은 것들이 지금 잘 나오는 것”이라며 “지금 굉장히 잘해주고 있다. 여기서 더 잘하려고 고민하고 막 지키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타격은 변수가 많고 운의 영역도 크다. 아무리 잘 친 타구도 야수 정면으로 가면 아웃이다. 그리고 아무리 타격감이 좋아도 투수가 특급이면 안타를 만들기 어렵다. 박병호도 이 부분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좋은 투수를 만났을 때는 3타수 1안타만 해도 최고라고 생각해야 한다. 문상철 선수에게도 지난 번에 이 얘기를 해줬다. ‘모든 타석에서 다 잘할 수는 없다. 그 안에서 한 번만 성공하면 된다’고 했다”며 “타격이란 게 그렇다. 너무 고민하고 더 잘 하려면 더 안 된다. 그냥 지금 잘 하고 있으니까 고민없이 편하게 타격하는 게 문상철 선수에게 필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동병상련일지도 모른다. 2005년 프로에 입단한 박병호는 2011년 여름 트레이드로 이적하기 전까지 실패한 유망주에 가까웠다. 하지만 환경이 바뀌고 마인드도 변하며 모두가 알고 있는 홈런왕으로 올라섰다.
박병호와 같은 우타 거포인 문상철도 2014년 입단 후 어려운 시간을 많이 보냈다. 이따금씩 맹타를 휘두르기도 했지만 완전히 주전으로 도약한 시즌이 없다.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시즌도 아직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더 마음이 가는 것 같았다. 박병호는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문상철 선수가 힘든 시간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것을 잘 안다. 이를 옆에서 보면서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대화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뜻보면 중복자원이지만 당분간은 아니다. 박병호의 몸상태가 100%가 아닌 만큼 박병호는 지명타자, 문상철은 1루수로 나란히 중심타선에 설 가능성이 높다.
박병호는 “우리 팀이 반등하기 위해서는 타격감이 좋은 선수들이 감을 잘 유지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점수를 낼 수 있다”며 “나도 오늘 오랜만에 선발 출장했는데 아직 타격감이 어떤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결과가 잘 나왔으니까 좋은 모습 이어가도록 노력하겠다. 지금 좋은 선수들끼리 계속 잘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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