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블랙핑크부터 피프티피프티까지. ‘기생충’, ‘오징어게임’에 이어 ‘피지컬100’까지 전 세계가 K콘텐츠를 주목하는 지금. 스포츠서울이 유수의 콘텐츠를 내놓은 ‘K콘텐츠 메이커’들을 만납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전 세계인의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드는 ‘메이드 인 코리아’ 콘텐츠가 어떻게 글로벌 넘버원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는지 제작 비하인드를 조명합니다.

[스포츠서울| 조은별기자] 2005년 첫 선을 보인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은 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체질을 바꿨다. 13년간 왕좌를 지켰던 ‘무한도전’ 종영 뒤 새롭게 내놓은 ‘놀면 뭐하니’는 ‘부캐릭터’라는 신박한 흐름을 내놓았다. 그리고 그가 지상파 채널을 떠나고 딱 1년이 지난 2023년, 한국 예능 프로그램은 새로운 기로에 섰다. ‘연예인보다 유명한 스타PD’ 김태호(48) PD가 글로벌 예능 춘추전국시대에 택하는 길은 어디일까.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건물 한 층을 통째로 쓰는 콘텐츠제작사 TEO는 주인의 취향처럼 정갈한 인테리어가 돋보였다. 대형TV와 오디오 마니아들이라면 군침을 흘릴 스피커가 눈에 띄었다. 김PD는 “가끔 MBC후배들이 축구를 보러 온다”고 웃었다. TEO 사무실에서는 MBC가 정면에 보였다.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인터뷰를 하기 전 날, 공교롭게도 김PD가 직접 연출한 tvN ‘댄스가수유랑단’의 출연자 화사가 성균관대 축제에서 벌인 퍼포먼스가 ‘외설’논란을 빚었다. 자연스럽게 콘텐츠 이야기로 넘어갔다.

-유재석 씨와 13년, 이효리 씨와는 최근 3년을 함께 했어요. 두분의 장단점이 있다면요? 아무래도 같은 연예인과 함께 프로그램을 하다보니 ‘자기복제’라는 비판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다른 장르는 ‘페르소나’라고 포장하는데 예능 프로그램은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하는 경향이 있어요. ‘무한도전’ 때부터 하나의 이야기에서 파생되는 스토리텔링을 즐겼어요. 연장선상에서 진행하다 보면 이야기 하나가 알을 낳는 구조죠.

‘댄스가수유랑단’은 또 ‘음악예능’이냐고 하지만 출연진 5명을 놓고 얘기하다보면 음악얘기를 안할 수가 없어요. 또 음악만큼 시청자들과 쉽게 공감하는 콘텐츠도 드물죠.

유재석, 이효리 두 분의 장점은 기획의도를 어떻게 하면 잘 살릴지 안다는 겁니다. 긴 시간 방송활동을 통해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걸 몸으로 체득하는 분들이죠. 이효리 씨의 경우 부담스러울까봐 제작진이 미처 말씀 못 드리는 것도 본인이 ‘재밌겠다’고 적극적으로 하려고 해요. 콘텐츠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분이죠.

‘댄스가수유랑단’은 홍보를 위해 여의도 더현대에 팝업스토어를 개최했다. 추후 대구, 판교 현대백화점에서도 팝업스토어를 진행해 의류, 액세서리 등을 판매할 예정이다. ‘무한도전’ 달력 제작 과정을 방송으로 보여주며 예능 프로그램의 굿즈화를 선도한 김태호 PD다웠다. 김PD는 “수익은 나지 않아도 손실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무한도전 시즌2’를 하려다 뜻이 안맞아서 못했다고 했는데 다시 추진할 계획은 없나요?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는 나영석PD와 협업도 궁금합니다.

퇴사 전 진행하려고 했죠. 그래서 ‘놀면뭐하니’에서 회동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 시청자들이 원하는 멤버가 모두 모일 수가 없었어요. 13년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멤버들이 많이 변하기도 했고요.

과연 시청자들이 원하는 방향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크죠. 무엇보다 이제 ‘무한도전’ IP자체가 MBC 소유라 제가 할 수는 없어요. 내부적으로 동력이 생긴다면 추진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나영석 PD님과는 늘 재미있는 걸 같이 해보자고 얘기하곤 해요. ‘댄스가수유랑단’도 ‘출장십오야’에 출연해 홍보할까 했는데 멤버들 시간이 안 맞아서 결국 불발됐죠.

‘댄스가수유랑단’과 ‘출장 십오야’의 만남이라니! 그는 예능의 ‘선’을 넘는 걸 즐긴다. ‘놀면뭐하니’에서 유재석의 부캐 신인 트로트가수 유산슬이 KBS1 ‘아침마당’에 출연한 건 그 자체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아침마당’을 비롯한 중장년층이 즐겨보는 생활정보 프로그램에 인기 아이돌 가수들이 깜짝 출연하는게 하나의 홍보처럼 자리잡았다.

‘아침마당’이 월요일 아침 8시 30분에 방송합니다. 윗선에 보고하면 분명히 안 된다고 할 것 같아서 보고 없이, 저랑 ‘아침마당’ PD, 두 사람만 얘기해서 추진했죠. 방송이 전파를 타자마자 난리가 났어요. 본부장, 사장 비서실에서 전화가 연달아 왔죠.

월요일 아침에는 MBC 이사회 회의가 있어서 모든 이사들이 모였는데 경영본부장이 “‘아침마당’에 유산슬이 나왔다”고 해서 회의가 중단되고 다 방송을 봤대요. (웃음) 나중에 죄송하다 수습하고, 그래도 화제성이 높으니 타 방송사에 나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어요. 일종의 ‘살인면허’를 받은 셈이었죠.

-예전에 ‘하트시그널’을 즐겨본다고 했는데 요즘 눈 여겨 보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면요?

‘지구마불’ 때문에 바빠서 다 보진 못했어요. 최근에 ‘피의게임2’와 ‘닥터차정숙’을 봤죠. 형사들이 출연하는 예능과 ‘국가수사본부’도 챙겨봤고요. ‘하트시그널’은 저도 즐겨봤어요.

로맨스 예능 프로그램 연출 제안이 들어오긴 했지만 거절했죠. 제가 직접 연출하길 원하셨지만 그분들의 감성을 담아낼 자신이 없었어요. 제가 잘할 수 있는 분야,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확실하게 선이 그어져 있죠.

인터뷰③으로 이어집니다.

김태호PD “멘토는 無, MBC퇴사 때 방시혁 의장, 김봉진 대표에게 조언구해?”③[K콘텐츠메이커]

mulga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