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블랙핑크부터 피프티피프티까지. ‘기생충’, ‘오징어게임’에 이어 ‘피지컬100’까지 전 세계가 K콘텐츠를 주목하는 지금. 스포츠서울이 유수의 콘텐츠를 내놓은 ‘K콘텐츠 메이커’들을 만납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전 세계인의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드는 ‘메이드 인 코리아’ 콘텐츠가 어떻게 글로벌 넘버원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는지 제작 비하인드를 조명합니다.

[스포츠서울| 조은별기자] 2005년 첫 선을 보인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은 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체질을 바꿨다. 13년간 왕좌를 지켰던 ‘무한도전’ 종영 뒤 새롭게 내놓은 ‘놀면 뭐하니’는 ‘부캐릭터’라는 신박한 흐름을 내놓았다. 그리고 그가 지상파 채널을 떠나고 딱 1년이 지난 2023년, 한국 예능 프로그램은 새로운 기로에 섰다. ‘연예인보다 유명한 스타PD’ 김태호(48) PD가 글로벌 예능 춘추전국시대에 택하는 길은 어디일까.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건물 한 층을 통째로 쓰는 콘텐츠제작사 TEO는 주인의 취향처럼 정갈한 인테리어가 돋보였다. 대형TV와 오디오 마니아들이라면 군침을 흘릴 스피커가 눈에 띄었다. 김PD는 “가끔 MBC후배들이 축구를 보러 온다”고 웃었다. TEO 사무실에서는 MBC가 정면에 보였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김태호PD는 1975년생이다.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 94학번인 X세대로 90년대 한국 대중문화 태동기에 20대를 보냈다. 대학 졸업 후 스포츠서울에도 지원했지만 낙방했다. 제일기획은 합격했지만 서류제출 미비로 탈락하고 MBC에 합격했다. 한국 나이로 49세. 내년이면 지천명을 바라보는 중년 김태호는 MZ세대와 간극을 느낄까.

-MZ세대 사원들과 세대차를 느끼나요?

나이의 한계를 느끼기 보다 젊은 작가님과 후배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 편이에요. 후배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대화가 잘된다고 생각해요.(웃음) 올 초 회사에 입사한 6명의 신입사원 단체카톡방이 참 재미있어요. “이런 기획은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물으면 굉장히 답이 길게 와요. 그 답안을 통해 면접 때와 다른 날것의 면을 볼 수 있죠.

-최근 ‘연반인’ 재재가 SBS를 퇴사했어요. MBC ‘피지컬100’을 연출한 장호기 PD도 회사에 사표를 던졌죠. 이런 선택의 기로에 선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만약 저도 MBC에서 다른 콘텐츠를 할 수 있었다면 만족했겠죠. 저는 퇴사를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본인을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해보라고 해요.

따지고 보면 저나 나영석PD는 시대의 혜택을 많이 본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이제는 새 시대의 ‘마중물’ 역할을 하자 다짐했죠.

-김태호PD의 멘토는 누구인가요? 힘들 때 의논하는 분이 있나요?

사실 저는 타인에게 최대한 고민을 알리지 않아요. 최대한 안에서 삭히고 혼자 고민하는 편이라 딱히 멘토라 할 분은 안 계세요. 다만 MBC를 퇴사할 때는 저도 여러 분들을 찾아다니며 상담했어요.

20년을 다닌 회사에 대한 애사심보다 더 큰 모험을 선택해야 하니까요.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우아한 형제들의 김봉진 전 창업자가 “충분히 가능성이 있으니 혼자 해봐라”고 조언해주셨죠.

김태호 PD는 2009년 2살 연하의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결혼해 슬하에 두 아들을 뒀다. 첫째는 벌써 10살, 가슴으로 낳은 둘째는 4살이다. 그는 MBC 퇴사 직전 아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올만큼 가정적인 아빠기도 하다.

-자녀와 함께 TV를 볼 때 아빠로서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나요?

저도 부모니까 아이에게 좋은 프로그램만 보여주고 싶지만 우리 아이도 게임채널이나 유튜브 보는 걸 좋아해요. 10살인 첫째는 매일 꿈이 바뀝니다. 얼마 전까지 유튜버였다가 어제는 ‘나혼산 출연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어요.

아이에게 ‘나혼산’ 출연자가 되고 싶으면 좋아하는 걸 아주 좋아하거나 뭔가 특징이 있어야 한다고 얘기해주긴 했어요. 여전히 아이들은 TV에 나오는 내용을 습득하며 성장하니 저도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게돼요.

지난해부터 ‘캐나다 체크인’, ‘지구마불’ 등으로 바빠서 가정에 소홀했는데 ‘댄스가수유랑단’이 끝나면 저도 가족 휴가를 떠날 계획입니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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