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대표하는 종목으로 떠오른 여자배구는 대중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더 나은 미래와 도약을 위해 한유미 여자배구대표팀 코치 겸 KBSN 해설위원이 자신만의 배구 생각을 이야기한다. V리그 출범부터 함께했던 레전드의 시선으로 여자배구를 다양하고 깊이 있게 살펴보자. <편집자주>
올해 국가대표 일정을 앞둔 선수들은 어느 때보다 심기일전하며 책임감 있게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성적으로 인해 큰 부담도 느끼고 무거운 짐을 짊어진 모습이다. 지도자로서 선수들에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 잘 아는 것 같다. 오히려 지난해의 아픔이 선수들을 성숙하게 하고 책임감을 더 느끼게 하는 자극제가 됐다고 본다. 원래 사람은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하지 않나.
주장 박정아는 그 누구보다 큰 책임감을 느끼는 것 같다. 부담도 되겠지만 그 책임감을 통해 주장 역할을 잘 소화하고 있다. 박정아는 지난해 어려운 환경에서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하지 못한 선수다. 많은 질책을 받으면서도 모든 대회 일정을 소화했다. 태극마크를 향한 박정아의 책임 의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주장이 아주 잘 어울리는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
박정아뿐만 아니라 염혜선, 표승주, 문정원, 김미연 등 선참 선수들의 묵묵하게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다. 팀에서 선배의 역할은 지도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 선수들이 베테랑으로서 팀의 분위기를 만들고 중심도 잘 잡고 있다. 이 선수들이 있어 코치를 처음 하는 나는 걱정했던 것보다 편하게 일하고 있다. 정말 든든한 선수들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도 있다. 신연경, 문지윤, 김다은, 김지원 등 네 명은 처음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 들어왔는데 처음이 아닌 것처럼 빠르게 적응을 잘 하고 있다. 열정, 의욕은 언니들에 뒤지지 않는다.
베테랑과 신예들의 시너지 효과는 훈련 분위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선수촌에는 배구뿐 아니라 여러 종목 선수가 모여 있다. 각자의 목표 의식을 갖고 땀을 흘리는 데 집중하는 곳이다. 덕분에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선수들은 자발적으로 훈련을 소화하며 몸을 만들고 있다.
리베로로 포지션을 변경해 대표팀에서 들어온 문정원은 개인 훈련을 많이 한다. 처음 해보는 포지션이라 어색할 수 있지만 잘 적응하고 있다. 경기, 대회를 거듭할수록 더 나아질 것이라 확신한다.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우리 대표팀에는 전문 아포짓 스파이커가 없다는 약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문지윤을 비롯한 아웃사이드 히터들이 좌우에서 다양하게 공격하는 형태의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훈련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선수들은 불평하지 않고 잘 따라와 주고 있다. 기특하다.
긴 여정이다. 발리볼네이션스리그를 시작으로 아시아선수권대회, 올림픽 예선, 아시안게임 등 중요한 대회가 4개월간 이어진다. 현재 여자배구는 그야말로 황금기를 누리고 있다. 지금의 인기와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표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안다. 지난해의 부진은 더 나아지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실패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우리 선수들도 그랬을 것이다. 지난해와 다른 모습을 보이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여자배구대표팀 코치, KBSN스포츠 해설위원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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