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 중추 신경을 흥분시키는, 일종의 각성물질로 커피콩에서 처음 추출되며 세상에 알려졌다. 최근에는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지친 몸과 마음을 깨우는 필수 물질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뭐든 넘치면 좋지 않은 법. 카페인 역시 일정량 이상 섭취하면 두통, 신경과민, 위염, 위궤양 등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 이야기할 카페인은 그 카페인이 아니다.
최근 흥미를 끄는 기사를 읽었다. 대표적인 SNS 서비스 중 하나인 ‘인스타그램’의 사용자 수가 지난달 역대 최고치를 찍었고,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 5000만 명 중 무려 42%가 인스타그램을 사용한다며 시작한 기사는 ‘카페인 우울증’을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쯤에서 눈치를 챈 독자분들도 계실 것 같다. 여기서 말하는 카페인은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들의 첫 글자를 따 만든 신조어다. 즉, 카페인 우울증이란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자신의 삶과 다른 이들의 삶을 비교하다가 상대적 박탈감이나 우울감을 느끼는 증상이다.
보다 넓고 쉽게 정보를 얻고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가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오히려 나 자신을 소외시키고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날카로운 비수가 되는 셈이다.
이런 카페인의 오남용은 호신술을 익힐 때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재 SNS에서는 수많은 호신술 영상을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전세계의 무술 도관에서 자신들의 홍보를 위해 올린 영상들이며 여기에 각종 격투 경기의 영상까지 모두 합하면 그야말로 ‘어떤 기술이 없는가’를 찾는게 빠를 정도로 많은 기술들이 공개돼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각 영상들에는 “정말 유용한 기술”이라는 옹호의 댓글과 “이건 실제로 사용하지 못한다”며 비난하는 댓글이 수도없이 이어진다. 만약 당신이 호신술을 배우려고 마음을 먹었고, 어떤 무술이 좋을지 SNS를 통해 정보를 얻으려고 했다면, 너무 많은 영상과 댓글들 때문에 결정을 하는 데에만 엄청난 시간을 소모해버릴지도 모른다.
호신술을 배우기 시작했어도 문제다. 자신이 익히는 과정에서 어려워했던 기술을 너무나도 쉽고 멋지게 펼치는 사람을 SNS를 통해 많이 보게 되면 자신감이 떨어질 수도 있고 ‘이 호신술은 내게 맞지 않는 건가’라는 의구심도 들 수 있다. 바로 이 타이밍에 “해당 기술은 쓸모없다”며 비난하는 댓글을 보면 겨우 시작한 운동을 그만두게 될 가능성도 높다.
실제 필자 주변에도 SNS 영상을 보며 비교하다가 여기서 잠깐, 저기서 잠깐 하는 식으로 떠돌아다니며 한 곳에서 꾸준히 호신술을 배우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의 실력? 당연히 좋을 리가 없다.
필자가 호신술을 가르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어떻게든 위협 상황에서 자신이 피해를 입지 않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간단한 동작으로 상대에게 큰 상해를 줄 수도 있는 기술도 자주 알려주고 연습을 시킨다.
과잉방어에 의한 후속 책임이나 논란 등은 어느 정도 실력을 쌓은 후에야 비로소 고려할 수 있는 문제이며, 앞선 칼럼에서도 언급했듯 ‘일단 피해를 당하고 나면 그 어떤 보상으로도 그 상처는 치유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호신술 선생님들은 ‘법적 책임’ 등을 처음부터 고려해 위협을 가하는 상대라도 신체적인 피해를 입히지 않고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알려주고 연습시킨다.
요점은 이렇다. 필자의 방식, 그리고 다른 선생님의 방식 모두 틀렸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해법을 풀어갈 것인가에 대한 의견이 다르고 또 그에 따라 기술이 달라진 것 뿐이다. 따라서 기술의 우열도 없고 유용한가 아닌가도 쉽게 판단할 부분이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직접 체험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한 기술이 아니라 그 호신술에서 추구하는 상황의 해석과 해법 전체를 이해해야만 진짜 위협 상황에서 자신을 구할 기술을 얻게 된다. 칼럼 초창기에 많이 강조했지만 SNS를 보고 비교할 시간에 ‘연습을 한 번이라도 더 하는 것’이 중요하다.
카페인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소셜미디어 사용을 줄이고 독서를 하거나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고 한다. 호신술도 마찬가지다. SNS 영상에서 벗어나 실제 사람과 마주해 연습해보자.
노경열 JKD KOREA 이소룡(진번) 절권도 대한민국 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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