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드라이버를 똑바로 치려고 고집을 부렸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66개 대회 만에 우승한 김동민(25·NH농협은행)은 빼어난 기량에도 우승하지 못한 원인으로 ‘드라이버’를 꼽았다. 드라이버 평균비거리가 292.7야드(89위)로 폭발적인 장타자로 볼 수 없는데도 실수가 잦았던 게 ‘똑바로 치려고 고집부렸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대부분 골프장은 티잉 그라운드에서 그린까지 일직선으로 뻗어있는 경우가 드물다. 일직선이어도 페어웨이나 그린에 경사가 있어 스트레이트 구질을 구사하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런데도 ‘멀리 똑바로’라는 용어에 사로잡혀 스트레이트를 고집하는 경우가 잦다. 언듈레이션을 파악해 상대적으로 편하게 어드레스할 수 있는 위치에 공을 보내려면 드로우나 페이드 등 다양한 샷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에는 회전량이 더 많은 페이드 샷이 대세다. 회전량이 많으면 공이 구르는 거리가 짧아진다. 원하는 곳에 안정적으로 볼을 보내려면 페이드샷이 유리하다는 뜻이다. 김동민도 “페이드샷을 구사하기 위해 혼자 엄청나게 훈련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가 값진 우승으로 돌아온 셈이다.

올해 코리안투어는 7개 대회에서 다섯 명의 생애 첫 우승자를 배출했다. 실력은 비슷하지만 트로피를 움켜쥘 ‘한 끗’이 없어 좌절했는데, 이들의 고민이 제각각이어서 눈길을 끈다. 골프가 어려운 종목이라는 점을 새삼 느끼게 한다.

지난 21일 막을내린 코리안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는 백석현(33·휴셈)이 56번째 대회 만에 첫 우승을 따냈다. 그의 고민은 도무지 적응할 수 없는 한국잔디였다. 그는 “중학교 때 태국으로 이민간 탓에 양잔디에서 주로 플레이했다. 잔디 특성이 달라 코리안투어에서는 성적을 못했다. 골프를 그만두려는 생각도 했는데, 스윙을 한 번만 바꿔보자는 코치의 조언으로 변화를 준 덕분에 버텨냈다”고 돌아봤다.

양잔디와 한국잔디는 잔디 특성이 달라 다른 샷을 구사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양잔디는 소위 찍어쳐야 하고, 조선잔디는 쓸어쳐야 한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십 수년간 몸에 밴 스윙 습관을 한 번에 바꿀 수는 없다. 근육의 기억이 스윙 변화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샷 하나에 성적이 갈리는 골프 특성상 익숙지 않은 스윙을 시도하다 대회 전체를 망칠 수도 있다. 심리적인 부담감을 극복할 만큼 호락호락한 무대가 아니다.

비거리 300m를 손쉽게 넘기는 정찬민(24·CJ)은 장타가 고민이었다. 악전고투 끝에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경험한 정찬민은 “똑딱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좋으니 우승을 하고 싶었다. 무조건 드라이버를 잡지 않고 (코스)상황에 맞춰 우드와 아이언 등을 선택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무조건 공을 멀리쳐야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코스 매니지먼트에 능한 선수로 변신해야 다양한 코스에서 꾸준한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체득했다.

시즌 개막전에서 우승한 고군택(23·대보건설)은 “멘탈이 가장 큰 문제였다. 우승권에 있을 때 차분하게, 침착하게 플레이하지 못했다. 우승 경쟁만 하면 샷과 퍼터 모두 흔들렸다”고 돌아봤다. 전지훈련 때부터 자신에게 최면을 걸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게 생애 첫 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를 끌어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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