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해 창단한 데이원 스포츠가 한 시즌만 치르고 제명됐다. KBL은 새 인수 기업을 찾지 못하면 리그 파행 운영도 피할 수 없다.

KBL은 지난 16일 오전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이사회와 총회를 열고 데이원스포츠를 회원사에서 제명했다. KBL은 데이원이 정상적으로 구단을 운영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데이원 제명 후 KBL 김희옥 총재는 “그동안 데이원스포츠를 열성적으로 응원해주신 고양 팬들은 물론 모든 농구팬들과 관계인들에게도 유감스럽고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 “후속조치를 상황에 맞게 성실히 진행하겠다. 리그의 안정성과 내실을 다지는 데 더욱 정진하고 노력하겠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데이원 사태는 예고된 비극이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을 모기업으로 하는 데이원자산운용은 지난해 고양 오리온 농구단을 인수해 데이원스포츠로 재창단했다. 프로농구단 운영 방식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겠다던 데이원은 네이밍 스폰서 도입 등 그럴 듯한 포장을 하며 시작했다. 하지만 오리온과의 인수 협상 과정에서부터 재정 불안이 드러났다. 출발부터 불안했다. 프로농구 관계자들과 팬들까지 데이원의 정상적인 구단 운영 능력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KBL 역시 지난해 6월 진행한 신규 회원사 가입 심사에서는 자료 부실을 이유로 회원 가입을 보류시키기도 했다. 자금 운용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가 부족했다. 재정의 연속성과 투명성에 대한 신뢰를 주지 못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데이원스포츠의 모기업인 대우해양조선건설의 지불 보증에 KBL은 결국 승인 버튼을 눌렀다.

출발부터 찝찝했던 데이원은 KBL에 내야 할 가입급 15억원 납입 기한을 두 차례나 넘겼다. 플레이오프 출전 자격 정지 중징계를 앞두고 간신히 납입했다. 하지만 선수단과 구단 직원들, 그리고 협력 업체에 지급해야 할 돈이 수개월 체불됐고 결국 제명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데이원 사태에 자유로울 수 없는 KBL은 일단 6월1일 이후 선수들 연봉을 우선 지급하고, 추후 적절한 방법으로 환수할 예정이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수들에게 긴급생활자금도 빌려주기로 했다. 선수단이 몸을 만들어야 할 체육관 등 장소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KBL은 현재로선 데이원 위탁 운영 방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다음달까지 새 인수 기업을 찾고, 찾지 못할 경우 특별드래프트를 거쳐 9개 구단 체제로 치를 계획이다. 그럴 경우 선수들은 어느 정도 구제를 받는다고 해도 김승기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나 사무국 직원들은 실업자 신세가 된다.

데이원 사태에 농구계 한 관계자는 “KBL의 데이원 회원사 가입 결정 자체를 좀 더 신중하게 했어야 한다고 본다. 늦었지만 이번 사태 해결과 선수단 지원에 대해서도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면서 “인수기업을 찾는 일은 당연한 일이고, 없으면 포기할 게 아니라 10개 구단 유지 쪽으로 앞장서 중지를 모을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대나무가 하늘을 찌르듯 높이 곧게 자라는 이유는 과정과 단계마다 제대로 매듭을 짓기 때문이다. 리그를 관장하는 KBL은 심모원려(沈謀遠慮·깊이 고려하는 사고와 멀리까지 내다보는 생각)의 마음으로 데이원 사태를 명확히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 제대로 매듭을 짓지 못하면 굽어져 잘못된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고, 돌이킬 수 없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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