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치바(일본)=장강훈기자] ‘내조의 여왕’이 다시 한번 우승을 선물했다. 아내와 호흡을 맞춘 양지호(34·PTC)가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자존심을 지켜냈다.

양지호는 18일 일본 치바현에 있는 이쓰미 골프클럽(파73·7625야드)에서 열린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0억원) 최종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5개, 보기 1개로 6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20언더파 272타로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5월 치른 KB금융 리브챔피언십에서 코리안투어 데뷔 15년 만에 감격 우승을 차지했고, 11개월 여 만에 다시 한번 정상에 올랐다.

이번 대회는 메인 후원사인 하나금융그룹이 동북아 스포츠·문화 교류 확산을 위해 일본골프투어(JGTO)와 공동주관으로 올해 첫 해외원정 대회로 치렀다. JGTO 스타 65명이 출전해 코리안투어 선수들과 샷 대결했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나카지마 게이타(23)가 1타 차로 끈질기게 따라붙었는데, 1타 차 공동 3위로 출발한 양지호가 짜릿한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전반에 버디 2개를 잡아 공동 선두로 올라선 양지호는 12번홀에서 이글을 낚아 단독 선두로 나섰다. 나카지마도 후반에만 버디 3개로 매섭게 따라붙었지만, “욕심을 버리고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가겠다”고 다짐한 양지호의 노련함이 딱 1타 앞섰다.

우승 동력은 무거운 캐디백을 끌고 나흘간 묵묵히 뒷바라지한 아내 김유정 씨의 헌신이다. 코리안투어 데뷔 첫승을 따낼 때도 아내가 캐디로 나섰다. 양지호는 “아내와 함께 한건 2년째다. 크게 간섭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요즘은 퍼팅 라인을 봐주기도 한다. 틀리는 경우가 많아서 먼저 알려주지 말라고 했다”고 웃으면서 “함께하면 심리적으로 편안한 것도 있다. 투어 생활을 재미있게 할 수 있어서 좋은 점이 많다”고 공을 돌렸다.

실제로 3라운드 때는 “경기가 잘 안풀리면 나오는 버릇들이 있는데, 전반 끝나고 아내가 집중하라고 말해줬다. 함께 맞춰오던 루틴들 유지하려고 노력했고, 후반 첫홀부터 3연속 버디가 나와 분위기 전환이 됐다”고 돌아봤다.

2013년부터 2년, 2017년부터 2년간 JGTO 1, 2부 투어 활동을 한 양지호는 이번 우승으로 코리안투어와 JGTO 2년 시드를 확보했다. 우승상금 2억원을 획득해 제네시스 상금순위도 8위(2억5848만4581원)로 끌어올렸다.

양지호는 “챔피언조여서 긴장했다. 우승해서 기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한·일 대항전 성격이어서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우승을 노리기보다 루틴을 지키자는 마음으로 한홀씩 치렀다”면서 “국제 교류전은 항상 즐겁다. 좋은 코스에서 경기하는 것도 너무 좋다.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우승으로 자신감을 찾아 3승 4승하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각오했다.

짜릿한 홀인원 기운을 안고 공동 선두로 올라섰던 장동규(34)는 2타를 줄여 4위에 올랐다. JGTO에서 주로 활동하는 송영한(32·신한금융그룹)이 14언더파 278타로 공동 8위에 올라 한국인 선수 세 명만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2주연속 우승에 도전하던 JGTO의 나카지마는 18번홀(파5) 회심의 이글퍼트가 컵을 외면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2, 3라운드 선두였던 사토 타이헤이는 이날 5타를 줄여 18언더파 274타로 3위에 올랐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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