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한국 입국 전 코로나19 감염…그럼에도 최고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애칭답게 마법 같은 프로당구 데뷔 투어 우승을 해낸 ‘미스터 매직’ 세미 세이기너(59·휴온스·튀르키예)는 1964년생으로 한국 나이로는 예순이다. 세계캐롬연맹(UMB)과 다른 경기 규칙, 환경으로 세계적인 강자도 초반 적응에 애를 먹는 한국 프로당구 PBA에서 첫 도전만에 우승. 그는 7전 4선승제로 열리는 결승전에서 체력 부담은 없었냐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세이기너는 지난 19일 경주 블루원리조트에서 열린 2023~2024시즌 개막 투어 ‘블루원리조트 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이상대(웰컴저축은행)를 세트스코어 4-0(15-5 15-0 15-12 15-5)으로 제압하고 우승했다. 우승 상금 1억을 손에 넣었다.
그는 “입국 전 코로나에 감염돼 14일간 집에만 있었다. 헬스장을 가거나 운동할 수 없었는데 항상 최고의 컨디션과 체력을 유지하고자 노력했다”며 “체력적으로 문제가 될 나이이고, 젊은 선수와 비교해서 최고는 아니다. 그러나 플레이하는 데 문제가 없다. 7세트, 6세트, 4세트 뭐든 문제 없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어로 “하지만 지금은 조금 피곤합니다”라고 했다.
2019년 출범한 PBA투어에서 데뷔 선수가 곧바로 우승(출범 원년 제외)을 차지한 건 세이기너가 처음이다. UMB 무대에서 톱랭커로 장기간 활약한 그는 지난 4월 전격 PBA투어행을 선언했다. 다니엘 산체스(스페인), 무랏 나시 초클루(튀르키예), 최성원 등 기존 UMB 무대에서 맹활약한 선수가 나란히 PBA투어에 뛰어들었는데 조기 탈락했다. 그러나 세이기너는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며 결승까지 진격해 정상을 찍었다.
특히 그는 이닝당 5득점 이상 비율을 나타내는 ‘장타율’에서 11.3%를 기록, 대회 평균인 6.3%보다 두 배에 가까운 수치를 보였다. 매 세트 15득점으로 구성된 PBA 무대에서 승리를 따내려면 장타율은 중요한 요소. 빼어난 목적구 제어로 다음 득점 배치를 쉽게 조절하는 ‘포지션 플레이’에 능한 세이기너의 장점이 PBA투어에 적용된 게 우승 동력이 됐다.
파죽지세 6연승으로 결승에 오른 세이기너는 결승에서도 압도적이었다. 1세트 3이닝째 횡단 샷을 이용한 첫 득점을 시작으로 포문을 연 그는 이후 4득점, 뱅크샷과 옆돌리기도 무난하게 성공하며 순식간에 11-0으로 격차를 벌렸다. 2세트도 이상대가 매 타석 공타로 돌아서는 사이 5이닝동안 10득점을 채웠다. 3세트에 이상대가 반격했으나 세이기너는 10-12로 뒤진 11이닝에 곧바로 3득점하며 13-12로 역전, 기어코 15-12로 웃었다. 결국 4세트도 15-5로 마무리, PBA투어 결승에서 역대 네 번째 세트스코어 4-0을 만들어냈다.
세이기너는 “정말 행복하다. 이 순간은 전체 커리어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다. 첫 투어 만에 우승하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또 “PBA 모든 환경은 새롭다. 특히 응원이다. 결승 내내 ‘세미 고고고’라고 외치는 소리와 뒤에 놓인 큰 스크린 등이 새로웠는데 플레이에 방해되지 않았다. 오로지 경기를 즐기고, 당구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며 “마인드 세팅을 제대로 하고 왔다. 커리어를 ‘나이스’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미래 세대를 위해, 내 레거시를 남기기 위해 PBA에 왔다”고 당차게 말했다.
끝으로 방한해 열띤 응원을 보낸 아내이자 자국 유명 배우 세나이 귀를러도 언급했다. 세이기너는 “아내는 튀르키예에서 유명한 영화 배우다. 5년 전 최고 영화배우상도 받았다. 나와 아내는 튀르키예에서 어디에 가든 사람이 알아보고 이름을 불러준다”며 “이런 부분을 튀르키예를 위해 국위선양하고 당구를 알리는 데 이용하고 싶다. 튀르키예 내 좋은 당구 선수가 많다”면서 자부심을 보였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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