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반화위복(反禍爲福)이었다.
울산 현대 ‘홍명보호’가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벌어진 일부 주력 선수의 인종차별적 발언 논란을 딛고 3연승을 질주, K리그1 독주를 이어갔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지난 24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19라운드 대구FC와 홈경기에서 3-1 대승했다. 15승2무2패(승점 47)를 기록한 울산은 2위권 팀과 승점 격차를 여전히 10 이상 유지하면서 압도적 선두를 이어갔다.
경기력과 흥행을 모두 잡으며 승승장구한 울산은 A매치 브레이크 기간 주력 요원인 이규성, 박용우, 이명재가 소셜미디어상에서 인종차별 발언 논란을 일으켰다. 최근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는 이들 3명에게 1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1500만 원 징계를 매겼다. 대구전은 이 사건이 벌어진 이후 열리는 울산의 첫 공식 경기다.
홍명보 감독은 예기치 않은 일부 선수 논란으로 고초를 겪었으나 수장으로 가장 먼저 고개를 숙였다.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대구전에 앞서 프로연맹 징계를 받진 않았지만 소셜미디어상 대화에 참가한 주장이자 센터백 정승현에게 자체 징계(1경기 출장정지)를 매겨 눈길을 끌었다. 또 팀 내 ‘소셜미디어 전면 금지’라는 이례적인 철퇴를 내렸다.
홍 감독 체제에서 여러 위기에도 강한 결속력을 뽐낸 울산은 대구전을 앞두고 선수, 코치진이 하나가 돼 어느 때보다 책임감을 품었다. 홍 감독은 이규성과 박용우가 동시에 빠진 허리에 김민혁과 스웨덴 외인 보야니치를 투입했다. 보야니치가 K리그1에 출격한 건 지난 4월30일 광주FC전 이후 두 달여 만이다. 이명재가 빠진 왼쪽 수비는 기존 오른쪽에서 선 설영우가 이동했다. 그리고 부상 등으로 신음하던 김태환이 오른쪽 수비로 복귀, 지난 5월9일 강원FC전 이후 모처럼 선발로 나섰다.
보야니치와 김태환은 보란듯이 승리의 주연 구실을 했다. 김태환은 킥오프 2분 만에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기습적인 왼발 중거리 슛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그가 K리그에서 골을 넣은 건 지난 2020년 9월27일 대구전 이후 3년여 만이다. 기선을 제압한 울산은 이후 대구 공격수 에드가가 김민혁의 발을 밟았다가 퇴장, 수적 우위를 안았다. 그리고 후반 20분 역습 기회에서 보야니치가 절묘한 드리블로 상대 문전을 파고든 뒤 왼쪽의 바코에게 연결했고, 그가 오른발 슛으로 골문을 갈랐다. 그간 들쭉날쭉한 경기력으로 홍 감독의 눈도장을 받지 못한 보야니치는 이날 K리그 데뷔 첫 공격포인트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패스 성공률은 97.6%, 볼 획득 1위(7개) 등으로 빛났다.
울산은 올 시즌 K리그1 2연패 뿐 아니라 하반기 FA컵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까지 정상을 넘본다. 보야니치, 김태환처럼 그간 주춤하던 선수가 살아난 건 선수단 가용 폭을 더욱더 넓히는 계기가 된다. 주력 요원이 불명예스러운 일에 휘말렸지만 진심 어린 사과와 더불어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울산은 근심을 새로운 복으로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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