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가 반환점을 앞두고 있다. 7일 대유몽베르 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총상금 10억원)이 전체 일정의 딱 절반이다. 13일 개막하는 에버콜라겐·더시에나 퀸즈크라운(총상금 8억원)을 마치면 보름여 짧은 방학을 맞이한다.

지난 2일 막을 내린 맥콜·모나 용평오픈(총상금 8억원)에서는 고지우(21·삼천리)가 최종라운드에서 뒤집기로 생애 첫승을 따냈다. 정규투어 2년차이자 지난해 최다 버디 주인공이었지만 첫 우승까지 44개 대회가 필요했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생애 첫 정규투어 우승 기쁨을 표현한 고지우는 “우승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면서도 쉼없이 단련한 게 우승 동력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고지우는 “라운드 끝난 뒤 안됐던 것을 생각하며 100개가량 볼을 친다. 그리고 퍼트 연습까지하고 퇴근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매 대회 가장 늦게 퇴근하는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힐만큼 훈련량이 많은 편이다. 유년 시절에 합기도와 공수도 등을 익혀 힘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데 “태생적으로 힘이 좋다. 운동도 좋아해서 다른 선수들보다 열심히하는 편이다. 쉬는 날에도 하고, 경기있을 때도 한두시간씩 한다”고 말했다.

우승하려면 강인한 체력이 필요하다. 흔들리지 않는 멘탈도 필수다. 고지우는 “시즌 초반에는 개인적인 일로 마음고생을 했는데 지금은 골프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핀 위치가 어려워서 마음을 내려놓은 게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생각없이 핀을 향해 자신있게 샷을 날린 게 생애 첫 우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고지우처럼 올해 KLPGA투어에서는 생애 첫 우승자가 많다. 국내 개막전인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지난해 ‘신인왕’ 이예원(20·KB금융그룹)이 짜릿한 역전극을 써낸 뒤 무명에 가까운 베테랑 이주미(골든블루)와 최은우(아마노·이상 28)가 포기하지 않은 열정으로 챔피언 등극 기쁨을 누렸다. 조건부 시드로 시즌을 맞이한 박보겸(25·안강건설)과 방신실(19·KB금융그룹)의 우승도 KLPGA투어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특히 방신실은 이번시즌 첫 ‘루키 우승자’로 등극했고, 300야드가 넘는 장타를 뿜어내며 구름 갤러리를 불러 모으는 데 큰 힘을 보탰다. 박보겸 역시 최종라운드에서 홀인원을 기록하며 조건부 시드 설움을 털어냈다. 15개 대회에서 6명의 생애 첫 우승자를 배출했으니 현재 기세라면 2017년(10명)을 뛰어넘는 최다 첫우승자 배출 시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생애 첫 챔피언에 등극한 우승자들은 “욕심을 내려놓았다”고 입을 모았다. 생각은 행동을 지배하기 마련인데, 골프스윙은 특히 머릿속을 비워야 몸이 기억한 스윙을 할 수 있다. 욕심을 내려놓고 무아지경에 빠지면 성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211번째 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최은우는 “17번홀에서 내 이름이 (리더보드) 최상단에 있는 것을 알았다. 18번홀 그린에 올라와서야 우승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세 번째 팁은 부단한 훈련이다. 방신실은 비거리 증가를 위해 지옥의 동계훈련을 거쳤고, 이예원도 늘 발목을 잡던 숏게임 훈련에 매진했다.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건 말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십 수년간 해오던 습관을 한 번에 고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불가능에 도전했으니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지 유추할 수 있다.

무던히 자신을 갈고닦아 무아지경에 빠지는 순간, 우승이라는 선물이 찾아온다. 다승자들이 “우승은 하늘이 점지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으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보인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