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척=김동영기자] “오늘은 날이 아니구나.”

SSG ‘복덩이’ 외국인 타자 기예르모 에레디아(32)가 타격왕을 향해 달리고 있다. 현재 리그에서 가장 정확한 타자다. 비결을 물었다. 의외로 단순했다.

에레디아는 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키움과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8회초 재역전 결승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덕분에 SSG도 9-5의 승리를 거뒀다. 2-0으로 앞서다 3-5 역전을 허용했다. 그러나 8회초 대거 4점을 뽑으며 7-5를 만들었다. 5-5에서 7-5를 만드는 적시타를 기예르모가 쳤다. 9회초 강진성의 2타점 3루타가 나오면서 9-5로 웃었다.

사실 기예르모에게 만만치 않은 하루였다. 1회와 3회, 5회 모두 삼진으로 돌아섰다. 7회초에는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8회초 안타 하나로 싹 만회했다. 전날 3타수 무안타의 아쉬움도 씻었다.

이날 성적까지 포함해 에레디아는 72경기, 280타수 93안타, 타율 0.332, 9홈런 52타점, 출루율 0.389, 장타율 0.486, OPS 0.875를 기록중이다. 득점권 타율도 0.330으로 좋다.

현재 타율 1위다. 2위 홍창기(0.325)에 꽤 크게 앞선 상태다. 최다 안타와 타점은 2위에 자리하고 있다. 장타율 5위, 출루율 11위, OPS 5위도 있다. 리그 최정상급 타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입 당시는 물음표도 붙었다. 지난해 대체 외국인 타자로 데려온 후안 라가레스가 49경기, 타율 0.315, 6홈런 32타점, 출루율 0.362, 장타율 0.464, OPS 0.826으로 좋았기 때문이다.

뚜껑을 열고 보니 ‘잘 데려왔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무엇보다 잘 친다. 홈런도 벌써 9개다. 스프링캠프 당시 김원형 감독이 “홈구장이 랜더스필드라는 점을 고려하면 20홈런도 가능할 것이다”고 내다봤는데 가능해 보인다.

그렇다면 잘 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술적으로 특별한 비결은 없었다. 핵심은 ‘멘탈’이다. 에레디아는 2일 결승타를 친 후 “긴장을 푼 상태로 타석에 들어갔다. 평소와 똑같이 치려고 노력했다. 압박감을 느끼면 더 못 친다. 내려놓고 쳤다”고 설명했다.

4타수 무안타 이후 결승 적시타가 터졌다.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다. 그러나 “어차피 144경기를 전부 이길 수는 없다. 나도 매 타석 안타를 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못 치면 잊는다. ‘다음에 잘 치자’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이어 “전 타석 안타도 불가능하지만, 전 타석 무안타도 나올 수 없다. 10년 넘게 프로에서 뛰고 있다. 적응된 상태다. 멘탈을 잘 잡고 야구를 한다. 못 치면 ‘오늘은 날이 아닌가 보다’ 한다. 다음날 새로운 경기를 준비한다”고 덧붙였다.

리그 유일의 0.330대 타율을 만들고 있는 타자. 이 페이스를 이어가면 타격왕이 가능하다. 에레디아는 “선수라면 당연히 타이틀에 욕심이 날 것이다”면서도 “시즌이 반도 지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할 것이 아니다. 매 경기 나갈 때마다 팀이 이기는 것만 생각한다. 주자가 있을 때 홈으로 불러들이는 것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못 치더라도, 타이틀이 생각이 나도, 자기 할 일만 생각한다. ‘평정심 유지’다. 나아가 팀을 앞에 세운다 “승리를 만들고 싶다. 이기도록 열심히 훈련하고, 이바지하겠다”고 했다. 효자 외국인 타자 맞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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