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부천=조은별기자]DJ 겸 프로듀서 250(본명 이호형)은 지금 한국 프로듀서계의 BTS로 꼽힌다. 보아, NCT127, 있지 등 쟁쟁한 K팝 그룹의 음악을 작업했던 그는 지난해 데뷔한 걸그룹 뉴진스의 ‘어텐션’, ‘하이프 보이’, ‘디토’ 작업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뉴진스의 팬들 사이에서는 ‘뉴진스 아빠’로 불린다.

뿐만 아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지난해 3월 발표한 첫 앨범 ‘뽕’은 지난 3월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5개 부문에 올라 ‘올해의 음반’을 비롯한 4개 부문을 수상했다. 이 시상식에서 4관왕이 탄생한건 이적(2008), 장기하와 얼굴들(2012) 이후 11년 만이다.

여세를 몰아 그는 영화제까지 진출했다. 제 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마련한 ‘코리안 판타스틱: 영화 + K-Pop’ 프로그램에서 ‘뽕’ 앨범의 메이킹 다큐멘터리 ‘뽕을 찾아서’가 상영돼 주요 출연자 자격으로 ‘관객과의 대화’(GV)에 나선 것이다. 연기가 본업인 배우들조차 GV를 갖는 것은 드문 일이다.

지난 1일 경기도 부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진행된 GV 이후 인근 호텔에서 만난 250은 “처음 겪는 신선한 경험이라 아직 생각 정리가 잘 안 된다”라며 “나중이 돼서야 이 일이 내 인생에서 어떤 순간이었는지, 내가 정말 뭘 했던 건지 알게 될 것 같다. 몇 년 뒤 오늘의 기억을 떠올리면 내 삶의 한 조각으로 꿰맞춰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2017년 유튜브 ‘BANA TV’를 통해 공개된 ‘뽕을 찾아서’는 250이 서울 황학동 동묘시장부터 KBS 전국노래자랑, 영등포의 사교댄스 연수원, 경남 합천 EDM파티 등을 오가며 ‘뽕’을 찾는 여정을 그린 5부작 로드무비물이다.

영상에서 그는 “댄스음악을 만드는 250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진지하게 ‘뽕이란 무엇인가’를 성찰한다. 동묘시장에서 다양한 소리를 내는 키보드를 찾아내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최신 뽕짝 앨범의 시장조사를 한다.

자신의 이름을 건 디제잉 파티에서는 내내 뽕짝 음악만 틀어 참석자들의 외면을 받기도 한다. 흡사 ‘음악의 신’같은 B급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연상케 하지만 조금 더 들어다보면 ‘뽕은 우리 주변에 있는 정서’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는 이 다큐에서 뽕짝의 대표주자 이박사는 물론, 이박사를 만든 김수일 선생,‘아기공룡둘리’를 부른 가수 오승원 등 지금은 대중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가고 있는 다채로운 뮤지션들을 소환한다. B급 정서 속에 녹아있는 음악에 대한 탐구정신은 ‘뽕’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일반인들이 편견을 버리고 다가갈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2014년 소속사 대표의 제안으로 이 앨범을 기획한 250은 “나도 7년이나 걸릴 줄 몰랐다”며 웃었다. 그는 “2018년 싱글 ‘이창’을 발표하기 전 소속사에 피드백을 달라고 했다. 만약 ‘이창’도 앨범 기획의도와 맞지 않다고 생각하면 포기하려 했다”고 털어놓았다.

250에게 혼란을 안긴 것은 ‘뽕’과 ‘뽕짝’, 그리고 ‘뽕짝’이 아닌 것 사이의 줄타기 과정이었다. 그는 “내 이름을 건 첫 번째 앨범은 ‘뽕’이어야 했다”며 “‘뽕짝’은 ‘뽕’기를 가장 많이 가진 음악이지만 ‘뽕’과는 다르다. 앨범을 만든 뒤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뽕’이란 무엇인가인데 정답은 없다. 다만 이 앨범은 내가 7년간 찾아 긁어모은 오답노트다”라고 설명했다.

가장 주목받는 프로듀서인 250이 음악에 발을 들여놓은 계기는 ‘이사’였다. 중학교 1학년 때 집이 이사가면서 통학거리가 1시간 30분이 걸리자 그 시간동안 음악을 듣게 됐다.

90년대 유행했던 팝 음악 컴필레이션 앨범인 ‘NOW’와 서태지와 아이들로 출발한 그의 음악세계는 힙합을 거쳐 고등학교 3학년 때 프린스까지 이어졌다. 상문고등학교 재학 시절 수학능력시험 배치표를 보며 “그래도 내가 잘하는 건 음악과 글쓰기”라고 생각해 영상음악과로 진학하며 본격적으로 음악을 배우기 시작했다.

당시 막 도입된 컴퓨터 음악을 배우기 시작했고 졸업 후에도 음악신에 남아 작업을 이어갔다. 2009년 SBS 드라마 ‘스타일’의 음악작업에 참여했고 2013년부터는 이태원 일대에서 DJ로 활동하기도 했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뉴진스 앨범은 250에게 부와 명성을, 자신의 이름을 건 앨범 ‘뽕’은 뮤지션으로 자부심을 안겼다. 어떤 앨범이 그에게 더 효자일까. 잠시 생각에 빠진 250은 “그래도 ‘뽕’ 앨범은 나 자신”이라며 웃었다.

‘뽕’을 찾아 삼만리에 나섰던 그의 후속작은 ‘아메리카’다. 다큐멘터리 ‘메이드 인 아메리카’도 준비 중이다.

250은 “8~90년대 보컬 중심 음악을 탐험하려 한다. 지금처럼 전자 악기 소리가 보컬을 방해하는 음악이 아닌, 오롯이 목소리가 들리는 음악들에 대해 연구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새 앨범 역시 7년이나 걸릴까. 250은 “‘뽕’은 과거의 나 자신을 캐고 들어갔다면 ‘아메리카’는 현 시점의 내가 기준이기 때문에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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