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꿀밤이 아니라 머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결국에는 자신과 끝없는 싸움이다. 잘못된 버릇을 고치기 위해 맹훈련에 임한다. 훈련이 실전으로 고스란히 이어지면 대포가 터진다. 25일 동안 홈런이 없었던 LG 주전 포수 박동원(33)이 다시 라인 드라이브 대포를 가동했다.

박동원은 지난 2일 잠실 KIA전 6회말 상대 선발투수 숀 앤더슨의 변화구를 공략했다. 스트라이크존 상단에 걸친 투구를 특유의 엄청난 배트 스피드로 때렸고 맞는 순간 홈런을 확신할 수 있는 타구가 나왔다. 광속으로 좌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기록하며 지난달 7일 고척 키움전 이후 처음으로 큰 아치를 그렸다.

흥미로운 장면은 홈런 다음에 나왔다. 홈런 후 더그아웃에서 박동원이 염경엽 감독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염 감독은 손가락으로 박동원의 머리를 가리켰고 박동원은 염 감독의 말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염 감독은 지난 4일 꿀밤을 놓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 당시 상황에 대해 “꿀밤이 아니라 머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며 “머리가 앞으로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홈런이 나왔다고 알려줬다. 최근 동원이가 홈런은 물론 안타도 나오지 않은 원인은 머리에 있다. 계속 머리가 먼저 앞으로 나오면서 좋은 타구를 만들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약 한 달 전까지는 MVP 모드였다. 6월 마지막 홈런을 터뜨린 지난달 7일까지 박동원은 홈런(14개)과 OPS(0.994)에서 두루 리그 1위에 자리했다. 타율도 0.302로 개인 통산 첫 3할 타율을 바라봤다. 그러나 이후 타율 0.203 1홈런 OPS 0.616에 그쳤다.

박동원이 주춤한 기간 김현수가 타율 0.403 OPS 1.009로 펄펄 날면서 팀은 순항했다. 승패 마진에서 4월 플러스 4, 5월 플러스 10, 6월 플러스 6으로 꾸준히 남는 장사를 한다. 지난 4일까지 승패 마진 플러스 20으로 순위표 정상에 자리한 LG다.

그래도 공들여서 쌓은 탑을 놓칠 수 없는 박동원이다. 6월부터 나쁜 버릇이 다시 나오고 있는 것을 인지했고 슬럼프에서 탈출하기 위해 훈련법에 변화도 줬다. 염 감독은 “최근 타격 훈련을 할 때 애런 저지처럼 뒷발을 빼고 치고 있다. 뒷발을 빼버리면 머리가 먼저 나가지 않는다”며 이른바 벽을 만들기 위한 훈련법을 선택했음을 전했다.

LG의 최근 포수 골든글러브 수상은 2010년 조인성이다. 이후 포수 골든글러브는 강민호와 양의지가 양분하고 있다. 2011년부터 2022년까지 12년 동안 양의지가 7번, 강민호가 5번 포수 황금장갑 주인공이 됐다.

올시즌은 박동원이 양의지와 강민호의 경쟁구도에 뛰어들었다. 4일까지 스탯티즈 기준 포수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에서 양의지가 3.35로 1위, 박동원이 3.23으로 2위, 강민호가 2.67로 3위다. 박동원이 주춤한 사이 양의지가 치고 올라왔고 강민호도 시계를 거꾸로 돌리며 이미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박동원은 시즌 초반 “물론 팀 성적이랑 투수들이 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도 내심 한 번은 골든글러브를 받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며 10년 넘게 이어진 양의지·강민호 2강 체제에 도전장을 던졌다. 염 감독의 말대로 머리가 고정되면 하향곡선이었던 타격 사이클도 상승곡선으로 고정될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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