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효실기자] 세계적인 첼리스트에서 세계적인 지휘자로 음악인생을 이어가고 있는 장한나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5일 방송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서 장한나가 출연해 음악과 함께 해온 인생을 특유의 유쾌한 언변으로 털어놨다. 장한나는 5세에 첼로를 시작해 만 10세에 줄리어드음대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한 천재 중의 천재 첼리스트다.

11세인 1994년 세계적인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의 이름을 딴 로스트로포비치 국제첼로 콩쿠르에서 최연소 대상 수상자가 되며 전세계에 주목을 받았다.

장한나는 “로스트로포비치 선생님을 너무 만나고 싶었는데 완전 철벽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지 했더니 4년에 한번씩 콩쿠르가 있더라. 그래서 지원했다”라고 말했다. 원서야 쓸 수 있지만 11세 어린이가 출전한 것도 놀라운 일.

그는 “접수받으시는 분이 11세라고 적혀 있는데 21세인데 잘못 쓴줄 알고 접수했다더라”라며 웃었다. 무대에 오른 장한나의 모습을 보고 로스트로포비치는 심장이 멎을 뻔했다고.

그는 “첼로가 혼자 걸어오니까 너무 깜짝 놀라셨다. 내가 너무 조그만 아이였으니까”라며 “연주가 끝나고 대상에 내 이름이 불렸는데 정말 너무 기뻤다”라고 말했다. 11세 대상 수상자에 대한 논란에 로스트로포비치는 “연주가 모든 것을 입증했다”라며 장한나를 두둔했다.

사랑스런 천재 소녀를 제자로 둔 로스트로포비치는 십계명처럼 장한나에게 꼭 지킬 일을 알려줬다. 바로 오렌지처럼 재능을 쥐어짜는 인생을 살면 안 된다는 것. 세상과 친구들과 동떨어져 음악에 모든 것을 걸지 말라는 뜻밖의 조언이었다.

제자를 진심으로 아낀 스승의 조언을 지켜 장한나는 일반적인 음악가들과 달리 하버드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하는 등 더 넓은 세계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그는 “학업도 열심히 하고 친구들도 만났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미니 SAT에 해당하는 시험을 봤다. 여행 중에 아빠한테 전화가 왔는데 ‘하버드에서 뭐가 왔길래 버렸어’ 하시더라”라며 웃었다. 알고보니 쓰레기통에 버려질 뻔 했던 편지는 입학원서였다.

하버드에서 보낸 대학시절에 대해 그는 “학교 분위기가 너무 좋다. 재밌다. 기말고사 전에 전교생이 알몸으로 소리지르며 뛰는 행사도 있다. 전신 누드로 뛸 수 있는 밤이다”라며 깔깔 웃었다. 프라이멀 스크림(primal scream·원시의 비명)이라는 행사로 학업 스트레스를 푸는 일종의 기행인 셈이다.

최정상 첼리스트였던 그는 2007년 지휘자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그는 “첼로는 곡이 그리 많지 않고, 자주 연주되는 곡은 한 손에 꼽힌다. 같은 곡을 계속 하다보니 어려운 점이 있었다. 더 넓게 음악을 보고싶어 오케스트라 지휘를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장한나는 자신의 음악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음악가를 묻자 베토벤을 꼽았다. 그는 “연주는 악보 속 숱한 음표의 이야기를 읽어내는 것인데 베토벤의 음표는 그걸 보여준다. 베토벤의 목소리가 들리는 거다. 갇혀있는 음표를 내가 해방을 시켜주는 거다. 그게 나의 해석이다”라며 지휘자로서의 행복을 이야기했다.

천재 첼리스트에서 이제는 거장 지휘자의 길을 가고있는 장한나는 지난해부터 독일 함부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 객원지휘자로 활동 중이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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