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소문만 무성할 뿐 굵직하게 진행된 것은 없다. 미래를 주고 현재를 받는 트레이드는 늘 그랬듯 KBO리그에서는 극히 드문 일이다. 모든 팀이 가을야구를 바라보는 올시즌에는 특히 그렇다. 대체 외국인 투수 영입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 데려올 수 있는 투수 중 빅게임 피처는 없다고 본다.
즉 선발진 변화는 없다. 트레이드 마감일까지 약 20일, 실질적인 외국인 선수 교체 마감일까지 한 달의 시간이 남았으나 이대로 갈 확률이 높다. 케이시 켈리가 이전처럼 후반기 상승곡선을 그리고 포스트시즌 에이스 모드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토종 선발진은 이정용이 새 옷에 적응하고 김윤식, 이민호 등 경험자들의 도약을 기대한다. LG가 선발진 문제의 해답을 팀 내부에서 찾기로 했다.
LG 염경엽 감독은 지난 11일 “켈리와 올시즌 끝까지 갈 것”이라고 말하며 외국인 투수 교체 가능성을 일축했다.
지난해 켈리는 16승으로 다승 1위. 평균자책점 2.54로 이 부문 5위,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또한 1.08으로 5위에 자리했다.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 5.19로 각종 지표에서 커리어하이 시즌을 만들었다. 하지만 전반기 마지막 등판을 앞둔 12일 전까지 평균자책점 4.57, WHIP 1.36, WAR 0.06에 그치고 있다. 정점을 찍었던 작년은 물론, 지난 4년과 비교해도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희망이 있다면 구위다. 구속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물론 트래킹 데이터상 무브먼트와 회전수도 지난 시즌과 차이가 없다. 지난 6일 잠실 KT전에서는 포심과 투심 모두 최고 구속 153㎞를 찍었다. 보통 구위가 떨어지면서 투수들이 내리막을 타는데 켈리는 다른 경우다.
문제는 커맨드다. 염 감독 또한 “결국에는 실투가 문제다. 2스트라이크 이후 실투가 많다. 그러면서 피안타율이 작년보다 훨씬 높아졌다”고 켈리가 고전하는 원인을 진단했다. 켈리는 2022시즌 피안타율 0.232를 기록했다. 지난 11일까지 올시즌 피안타율은 0.279다. 포심을 비롯해 체인지업, 커브 등 주무기의 실투가 늘었다.
그래도 교체 후 대체 외국인 투수가 활약할 확률보다 켈리의 반등 확률이 높다는 게 LG 프런트의 판단이다. 켈리는 2020시즌에도 전반기 15경기에서 4승 6패 평균자책점 4.38로 고전했다. 그리고 후반기 13경기에서 11승 1패 평균자책점 2.22를 기록해 에이스로 돌아왔다. 켈리가 3년 전 모습을 재현하는 게 LG의 베스트 시나리오다.
임찬규 홀로 분투하는 토종 선발진은 이정용에게 기대를 건다. 염 감독은 “후반기 키는 정용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얼마나 커브와 포크볼을 익히느냐가 포인트다. 정용이가 선발로 해주느냐 못 해주느냐에 우리의 후반기가 달렸다”라고 했다.
비중이 큰 만큼 휴식기도 반납했다. 지난달 25일 잠실 롯데전부터 선발투수로 전향해 3경기 선발 등판했는데 브레이크 기간에도 2군에서 선발 등판한다. 투구수를 늘리는 것은 물론 3, 4번째 구종인 커브와 포크볼을 연마한다. 지난 9일 사직 롯데전에서 첫 타자 김민석을 3구 포크볼로 삼구삼진 처리했다. 그러나 이후 던진 3, 4개의 포크볼은 완전히 손에서 빠졌고 폭투도 나왔다.
지난해 막바지 절정의 활약을 펼친 김윤식. 팔꿈치 통증을 겪은 이민호도 후반기 반등 카드가 되기를 기대한다. 염 감독에 따르면 김윤식은 8월, 이민호는 김윤식보다 20일 정도 후에 1군에 돌아올 계획이다. 둘 다 정상 컨디션을 찾지 못한 채 1군 마운드에 섰고 결국 이천에서 두 달짜리 캠프에 임하고 있다. 김윤식은 조만간 2군에서 실전을 치른다.
전반기 1위를 확정지은 LG다. 압도적인 야수진과 불펜진 뎁스, 그리고 사령탑의 과감한 기용이 LG를 순위표 가장 높은 곳으로 올려놓았다. 하지만 위험요소인 선발진이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확신할 수 없게 만든다. 위험을 희망으로 바꾸려면 켈리와 이정용, 그리고 2020년 입단 듀오 김윤식과 이민호 중 두 명 이상이 올라서야 한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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