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용인=이웅희기자] 이상민은 이상민이다. 그의 현장 복귀만으로 비시즌 농구계가 들썩했다. 여전히 매체의 인터뷰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코치로 KCC에 돌아온 이상민은 잊었던 익숙함과 감회가 뒤섞인 묘한 감정 속에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KCC는 지난달 26일 이상민 코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16년 만의 친정팀 복귀다. 이 코치는 “다시 체육관에 오는데 생각과 달리 좀 떨리더라. 체육관 시설은 리모델링한 곳도 있지만 대부분 그대로다. 선수 때 쓰던 소파도 그대로 있더라”라며 첫 출근 당시를 떠올렸다.

연세대 졸업 후 KCC 전신 현대에 입단해 전성기를 구가한 이 코치는 팀에 숱한 우승을 안겼다. 이 코치는 KCC 용인 체육관에 전시된 우승트로피들을 바라보며 “저기에 내 지분이 꽤 있다”며 미소지었다. KCC 관계자는 “이 코치 지분이 절반 이상”이라며 화답했다.

현역 시절 ‘오빠부대’를 몰고 다닌 이 코치는 프로농구 올스타 팬 투표에서 9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KCC 허웅 이전 KBL 최고 스타는 이 코치였다. 여전히 이 코치를 따르는 팬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허웅의 팬들이 체육관으로 보낸 커피를 마시고 있던 이 코치는 “(허)웅이한테 나도 안 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삼성에서 사령탑을 지낸 이 코치의 KCC 복귀를 두고 말도 많았다. 특히 감독을 하다 코치를 맡게 된 점이 그렇다. 이 코치는 “친정팀 KCC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그러다 전창진 감독님이 ‘와서 형하고 재미있게 놀자’고 편하게 불러주셔서 생각보다 쉽게 결정했다. 만약 다른 팀에서 (코치로)오라고 했다면 가지 않았을 거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마음 속에 KCC는 돌아가야할 고향과도 같은 팀이었다.

전 감독과 만난 이 코치는 배우고자 하는 열정으로 다시 불타고 있다. 이 코치는 “전 감독님은 우승도 많이 하시고 지도력을 인정받은 선배님이다. 감독님과 함께 하며 배우고 싶은 마음도 크다”고 말했다.

KCC의 러브콜을 받아들인 이유 중 하나는 우승이 그리워서다. 현대와 KCC에서 뛰며 1998, 1999, 2004년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친정팀에서 느꼈던 정상의 쾌감을 원하고 있다. 이 코치는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따고 프로에서 우승도 여러 번 했다. 하지만 코치, 감독으로 우승을 하지 못했다. 친정팀에 와서 예전처럼 우승해보고 싶다”라며 “체육관에 걸린 우승 배너가 6개인데 그 중 3개는 내가 뛸 때 달았다. 내가 나간 후 3개가 더해졌는데 코치로서 감독님을 도와 1개를 더 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시종일관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며 얘기를 나누던 이 코치는 체육관 안에 달려 있는 KCC의 우승 배너를 잠시 바라봤다. 그 시선에 이 코치의 비장한 각오가 담겨있었다. iaspire@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