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칼을 뽑았다. 국가대표 운영규정에 손을 봤다. 핵심은 엄벌주의다. ‘박탈’이라는 단어가 두 번 등장했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나 싶다. ‘이럴 일인가’ 싶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선수들이 자초한 일이다.
KBO는 12일 2013년 제3차 이사회 결과를 알렸다. 2차 드래프트 부활이 주요 내용이었다. 2019년 이후 4년 만에 다시 2차 드래프트가 열린다. 주요 내용을 설명했다.
그리고 국가대표 운영규정 개선안도 밝혔다. 우선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보상 포인트와 별개로 대회 참가로 인해 획득하지 못하는 현역선수 등록일수를 보상한다. 리그 중단이 없기에 대표팀 선수들은 뛰고 싶어도 뛸 수가 없다. 이에 대한 보상책이다.
이쪽이 당근이라면, ‘채찍’도 들었다. “대표팀 소집 기간 경기 외적으로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KBO 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 대한 제재와 별도로, 사안에 따라 1년 이상의 대표팀 참가 자격 박탈, 해당 대회에서 획득한 국가대표 포상 포인트 박탈 등 징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리하자면, 대표팀 가서 잘못한 일이 있을 경우 태극마크를 떼고, 이미 받은 포인트 등도 거둬가겠다는 의미다. 극단적으로 말해 ‘사고 치지 말라’는 메시지다.
지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문제가 됐다. 1라운드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최소한 4강’을 외쳤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음주 논란’까지 일었다. 선수들이 새벽까지 술판을 벌였다는 묘한 폭로가 나왔고, 진상조사가 진행됐다. 결과 선수 3명이 대회 기간 외부에서 술을 마신 것으로 나왔다. 경기 당일까지 술을 마신 것은 아니었다. 경기가 없는 날의 전날이었다.
KBO는 해당 선수들에게 사회봉사와 제재금 징계를 내렸다. 동시에 “앞으로 국가대표 운영규정을 보다 세분화해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 결과물이 이번에 나왔다.
세상이 변했다. ‘술 좀 마실 수 있지’가 통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 팬들의 잣대도 엄격해졌다. ‘내가 응원하는 선수들이 성인군자가 되기를 바라는’ 이들까지 있을 정도다. 가혹하다면 가혹하다.
국가대표는 영광스러운 자리다.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말 그대로 대한민국을 대표한다. 바른 품행은 필수다. 술은 마실 수 있다. 문제가 되면 감수해야 하는 것도 맞다. 모두 성인이고, 또한 개인사업자이기도 하다.
성적이라도 좋았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야구도 못하면서 술까지 마셔?’ 하는 시선이 생기고 말았다. 엄격하다. 세상살이가 팍팍해지면서 ‘프로불편러’들이 많아진 부분도 있다. 힘들어서 화는 쌓이는데 풀 곳이 없다. 비판을 넘어 비난이 난무하는 이유다.
선수들이라고 이런 추세를 모를 리 없다. ‘요즘 확실히 뉴스 보기 무섭다. 인터넷도 잘 안 하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국제대회 기간 술을 마신 사실이 알려졌다. 문제 삼으면 문제가 되는 법이다.
냉정한 말이지만, 결국 자신들이 자초한 일이다. 알아서 모범적으로 대표팀 생활을 하고, 결과로 보여줬다면 상황이 달랐을 수도 있다. ‘야구만 잘하면 모든 게 용서된다’는 마인드는 버려야 할 때다.
그동안 KBO의 지원을 풍족하게 받은 것도 사실이다. 등록일수 보상에 대회 때마다 리그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그런 KBO가 ‘박탈’을 말했다. 당근만 써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린 모양새다.
어쨌든 규정이 새로 생겼다. 다시 없애기는 어렵다. 지금부터라도 선수들이 자각하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물론 성적은 성적대로 또 필수다.
‘왜 우리한테 이러나’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감내해야 할 일이다. 야구는 국내 최고 인기스포츠다. 수백만 관중이 야구장을 찾는다. TV 등 각종 매체를 통해 매일 노출된다. 수억에서 수십억원의 연봉도 받는다. 거의 공인이다. 타의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
오죽하면 KBO가 엄벌 카드를 꺼냈을까 싶기도 하다. 대신 KBO도 조금 더 움직일 필요가 있다. 두루뭉술한 ‘품위손상’으로 정의할 일이 아니다. 실정법처럼 세심하고, 뚜렷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KBO 허구연 총재는 취임식에서 ‘4불(不)’을 말했다. 음주운전, 승부조작, 성범죄, 약물복용을 금지사항으로 정했고, 선수들에게 특별히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음주운전의 경우 확실한 규정을 만들었다.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정지에 해당하면 70경기 출장정지, 면허취소에 해당하면 1년 실격처분을 내린다. 2회 음주운전 발생시 5년 실격처분, 3회 이상 음주운전 발생시 영구 실격처분을 결정했다. 별도 상벌위원회 없이 바로 제재가 부과된다.
물론 음주와 음주운전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평소라면 술 마시는 것으로 뭐라고 할 일은 없다. 대신 국가대표 소집 기간이라면 다르게 갈 필요도 있다. ‘품위손상’의 선을 어디로 볼 것인지가 관건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명확히 해야 한다. 자칫 논란만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