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트레이드 협상에 앞서 2024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가 되는 것을 인지했다. 그래서 일찍이 FA에 앞서 다년 계약도 머릿속에 넣었다. 트레이드가 성사된 만큼 이르면 올시즌 후, 아니면 다음 시즌이 종료되기에 앞서 다년 계약 테이블을 구성할 전망이다. LG가 최원태(26)와 긴 인연을 바라본다.
더할 나위 없는 데뷔전이었다. 트레이드된 지 이틀째였던 지난달 30일 라이벌 두산을 상대로 무결점에 가까운 피칭을 선보였다. 트레이드 당일 “고교 시절 유니폼과 비슷해서 어색하지 않다”고 말했던 것을 증명하듯 6이닝 무실점으로 팀의 완승을 이끌었다.
5회 아웃카운트 2개를 잡을 때까지 퍼펙트 피칭. 6회까지 안타 2개만 허용했고 4사구는 없었다. 야수들의 지원도 넉넉하게 받아 크게 리드했고 7회에 앞서 편하게 불펜진에 공을 넘겼다. 마운드에서 공을 던질 때는 물론, 이닝을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올 때, 그리고 승리 후에도 관중들은 그의 이름을 외쳤다. LG의 숙원 사업인 선발진 강화가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 순간을 꾸준히 이어가려 한다. LG 차명석 단장은 지난달 31일 “최원태 선수와의 다년 계약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트레이드로 영입하기 전부터 FA가 되는 시점을 알고 있었고 이에 따라 우리 팀에 오면 다년 계약으로 묶어둘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지금 시점에서 최원태가 LG 유니폼을 입는다고 보장할 수 있는 기간은 2024시즌까지다. 그러나 계획대로 다년 계약을 체결하면 일 년 반이 아닌, 훨씬 긴 시간을 함께하게 된다. 다년 계약 기준선은 롯데와 박세웅(29)의 5년 90억원, NC와 구창모(26)의 6년 125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계약은 양측이 합의해야 성사된다. 최원태 입장에서는 2024시즌 후 시장 상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FA 자격을 얻는 시점에서 KT 고영표, 엄상백과 함께 최대어가 될 가능성이 높은 최원태다. 이례적으로 선발 투수 FA가 3명이나 나오는 상황에서 최원태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중요하다.
만일 최원태가 LG와 다년 계약을 맺으면 LG는 샐러리캡 제도에 맞춰 유연하게 팀 연봉을 관리할 수 있다. 다년 계약은 계약금이 없다. 상황에 따른 맞춤형 연봉 관리가 가능하다. 지난 2년 동안 SSG는 샐러리캡 제도를 고려해 다년 계약을 맺은 김광현, 한유섬, 문승원, 박종훈의 연봉을 계약 초반에 몰아서 지급했다. LG는 고액 연봉자인 김현수, 오지환, 박동원, 박해민의 계약과 다년 계약자의 계약 구조를 맞출 수 있다.
반대로 FA 계약은 계약금이 있으며 계약금은 기간에 맞춰 계산된다. A 선수가 FA 4년 100억원 계약(연봉 15억원·계약금 40억원)을 맺었다고 가정하면, 4년 동안 매년 계약금 10억원이 팀 연봉에 들어간다. 즉 샐러리캡 제도에서 A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연봉과 계약금을 합친 25억원이다. 4년 동안 매년 25억원이 팀 연봉에 포함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올시즌 결과다. 지갑을 여는 주체는 모그룹이며 모그룹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결과를 내야 한다. 최원태 영입으로 약점을 지운 LG가 1994년 이후 29년 만에 우승 한을 풀어낸다면, 최원태와 다년 계약을 포함해 전력 유지 가능성도 자연스럽게 커진다. 올시즌 후 FA가 되는 임찬규, 함덕주도 마찬가지다.
차 단장은 “최원태는 물론, 임찬규, 함덕주와 다년 계약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FA 공시 시점은 한국시리즈 종료 5일 후. 공시 이틀 내로 FA 자격을 얻은 선수들은 FA를 신청할 수 있다. 시즌 중 다년 계약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FA를 신청하지 않았으면 시즌 후 다년 계약이 가능하다. FA 공시 기간, 혹은 FA 신청 기간에 다년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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