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구미=강예진기자] “재밌는 경기를 한 날.”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띄었다. 승리도 승리지만, 하고자 했던 배구가 코트 안에서 실현됐기 때문이다. 차·포를 포함해 선수 7명이 연령별 대표팀과 A대표팀 차출로 자리를 비워 ‘단 10명’으로 경기에 나섰지만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대한항공은 6일 경상북도 구미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조별예선 A조 1차전서 우리카드에 세트스코어 3-0(25-21 25-21 25-19) 완승을 거뒀다.
베스트 전력이 아니었다. 세터 유광우가 중심을 잡았고, 아웃사이드 히터 곽승석과 이준, 미들블로커 조재영과 이수황, 아포짓에는 진지위가 자리했다.
경기 전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각 선수마다 맡은 역할이 있다. 나머지 10명으로 어떻게든 플레이를 꾸려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선수가 없다고 불평불만은 하지 않는다. 있는 선수들로 어떻게든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그대로 만화같은 배구를 선보였다. 대표적인 게 ‘포지션 파괴’였다. 유광우와 진지위는 세트 중간 각각 세터 정진혁, 한선수와 교체됐다. 코트 안에 세터 2명이 자리한 셈이다. 이때 정진혁이 아포짓 자리서 득점을 뽑아내기도 했다. 남자부에서는 쉽사리 볼 수 없는 이동공격도 나왔다.
곽승석은 “감독이 워낙 이상한 배구를 많이 시킨다. 이것저것 훈련을 해왔다. 남자배구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플레이가 많았다”고 했다.
경기 후 토미 감독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선수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만들어낸 플레이다. 얼마나 창의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세터들의 능력이다. 상대를 놀라게 했던 순간이 많았을 듯하다”면서 “전반적으로 모든 걸 다했다”며 미소 지었다.
이준은 이단볼 상황에서 후위 공격으로 득점을 뽑아냈다. 기습적인 공격에 우리카드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는 “세터가 첫 번째 볼을 잡으면 아웃사이드 히터가 토스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볼이 좋게 올라오면 공격하거나, 토스하는 건 공격수 판단에 맡긴다”면서 “맨날 똑같은 플레이를 하는 것보다는, 투터치 때 파이브(후위공격)를 시도하는 등 포지션 상관없이 배구하는 게 재밌다”고 돌아봤다.
매 세트 뒷심 발휘에 성공했다. 5점차 이상 벌어진 점수에도 연속 득점을 챙기면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준이 팀 내 최다 18점을 올렸고, 곽승석이 12점으로 뒤를 받쳤다. 특히 범실 관리가 잘됐다. 상대(25개)보다 14개 적은 범실로 팀을 더욱 탄탄히 했다.
토미 감독은 “우리가 가진 자원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플레이를 극대화를 했다.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다. 리시브도 잘버텨줬기에 세터가 경기 운영을 편하게 할 수 있었다. 파이팅도 좋았다. 선수들이 똘똘 뭉쳐 서로를 도왔다. 이 대회에 오기 전 도전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재밌게 하자고 했다. 오늘 경기 자체가 재밌는 날이었다”고 덧붙였다. kk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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