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삼성화재가 달라졌다.

삼성화재는 경북 구미에서 진행 중인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B조 조별리그 두 경기에서 연승을 거두며 3차전 결과와 관계없이 일찌감치 준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1차전서 한국전력을 세트스코어 3-1로 이긴 삼성화재는 9일 현대캐피탈과의 2차전에서 3-0 셧아웃 승리를 거두며 2연승을 달성했다.

결과도 좋지만 경기 내용, 과정 자체가 새 시즌을 기대하게 만든다.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은 지난시즌부터 착실하게 팀을 어리고 젊은 선수들 위주로 개편했는데, 이 결정이 효과를 보고 있다. 삼성화재의 주전 라인업을 보면 박성진, 김준우, 안지원(이상 2000년생), 양희준(1999년생), 김정호(1997년생), 신장호(1996년생) 등 어리거나 젊은 선수들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인지 경기 중에 에너지, 생동감이 넘친다. 팀 사정상 완성된 선수를 영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김 감독은 어린 선수들을 육성해 경기에 나서야 하는데 비시즌 흘린 땀이 컵대회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단연 박성진이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4순위로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은 박성진은 데뷔 시즌 V리그에서 15경기 31세트 출전에 그쳤다. 사실상 출전 기회를 거의 잡지 못했다. 박성진은 비시즌 김 감독의 지도 아래 가능성을 보여줬다. 대학 시절 장점으로 꼽힌 공격력에 자신감이 붙으면서 프로 레벨에서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급성장했다. 박성진은 첫 경기에 아포짓 스파이커로 출전해 18득점, 공격성공률 50%를 기록하며 삼성화재의 승리를 이끌었다. 2차전에서도 60%의 공격성공률로 13득점을 책임졌다. 얼마 전까지 무명에 가까웠던 선수인 것을 고려하면 분명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삼성화재는 새 외국인 선수로 아웃사이드 히터 요스바니를 선택했다. 꾸준하고 착실하게, 기복 없이 한 자리를 책임지는 김정호와 안정적인 아웃사이드 히터 라인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삼성화재는 아시아쿼터로 아포짓 스파이커와 아웃사이드 히터, 심지어 미들블로커까지 소화하는 에디를 확보했다. 여기에 박성진까지 일정 수준 이상의 경기력을 보인다면 삼성화재는 경쟁력 있는 삼각편대를 확보할 수 있다. 박성진의 활약이 고무적인 배경이다.

중앙의 경쟁력도 지난시즌에 비해 업그레이드된 모습이다. 2022~2023시즌 신인왕 김준우는 두 경기에서 15득점, 기록했다. 여기에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양희준도 팀에 잘 녹아들고 있다. 이제 3년 차에 접어드는 양희준은 레전드 미들블로커 출신인 김 감독의 튜터링을 받으며 더 발전할 여지가 있다.

‘건강한’ 노재욱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도 큰 성과다. 노재욱은 지난시즌 컨디션 난조로 인해 31경기에서 86세트를 소화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몸 상태를 회복해 컵 대회에 나선 노재욱은 베테랑 세터답게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 무엇보다 좌우, 중앙을 다채롭게 활용하는 노련한 경기 운영이 돋보인다. 전체적으로 젊은 선수들이 주축인 상황에서 노재욱이 중심을 잘 잡기 때문에 삼성화재도 2연승을 거둘 수 있었다.

내친김에 삼성화재는 준결승을 넘어 결승까지 가보겠다는 각오다. 김 감독은 “선수를 보강하긴 어렵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지 않나. 팀이 많이 젊어졌다. 현실이지만 그래도 열심히 해야 한다”라며 “높은 곳까지 가면 새로운 세상이 있을 것이다.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최대한 높은 곳으로 올라가 대회를 마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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