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기자] “이 배우 연기 참 잘한다, 매 작품 다른 연기를 보는 것 같다”
지난 2004년 연극으로 데뷔한 19년 차 베테랑 배우 김신록이 작품을 끝낼 때마다 시청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2020년 tvN 드라마 ‘방법’ 출연을 계기로 대중매체에서 이름을 알린 김신록은 2021년 넷플릭스 ‘지옥’의 박정자 역을 통해 본격적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이후 2022년 JTBC ‘재벌 집 막내아들’에서는 재벌가 딸 진화영으로 분해 연기변신에 성공하며 다시금 이름 석자를 각인시켰다.
출연작마다 인상 깊은 연기로 캐릭터를 확실히 대중에 각인시키고 있는 김신록은 각각의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비결을 ‘각각의 다른 세계관’이라고 설명했다.
“세계가 달라지면 연기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연기가 뭐야?’라는 질문을 스스로 하는데, 답은 늘 바뀌는 거 같아요. 최근에 가진 답은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배우의 몸으로 탐색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연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잘한다’, ‘못한다’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저 또한 ‘어떻게’(How)보다 ‘무엇을’(What)에 관한 질문을 많이 합니다. 그렇게 치열하게 찾다 답은 쉽게 나와요. 최근에 찾은 답은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배우의 몸으로 탐색하는 일이라는 생각이에요.”
김신록은 최근 종영한 디즈니+ ‘형사록2’에서 또 한 번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형사록2’는 협박범 친구의 숨은 배후를 쫓기 위해 다시 돌아온 강력계 형사 택록의 마지막 반격을 그린 범죄 스릴러물이다. 김신록은 극중 금오서 여성청소년계 팀장 연주현 역으로 출연했다. 연주현은 극 초반 김택록(이성민 분)을 감시하는 모습을 보여줘 김택록의 적으로 의심받았으나, 중반부 조력자로 거듭난 인물이다.
“4부까지 시나리오를 받고 연주현과 아버지의 관계가 드러나면서 택록과 공조를 하게 될 것이란 얘기를 듣고 시작했어요. 미스터리하면서도 긴장감을 불어넣고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란 점이 매력적이죠.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그래서 누구야? 원하는 게 뭐야? 어떻게 되는 거야?’ 이런 반응이 많았어요. PD님이 이 인물을 심어놓으셨을 때 친구인지 적인지, 무엇을 원하는지가 궁금해지도록 만들고 싶어 하셨던 것 같아요. 연주현을 연기할 때는 한 손에는 압력을 쥐고 다른 손에는 바람을 쥐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한 손은 주먹을 움켜쥐고 복수하지만, 다른 손으로는 어루만지고 바람을 통과시키는 중의적인 인물이라는 느낌을 받았죠.”
이번 작품은 이성민과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부녀 호흡을 맞춘 뒤 재회해 주목받았다. 김신록은 이성민과의 조우에 대해 “부담감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즐거움이 있었다”며 웃었다.
“이성민 선배님하고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는 의외로 일대일 장면이 없었어요. ‘형사록’은 일대일 장면이 많았는데 더 밀도 있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 작품을 선택한 것도 큰 요인 중에 하나였죠. 긴장되면서도 쾌감이 있었어요. 연주현이 택록에게 지시하고 그런 장면이 있는데 택록 형사가 나이와 연륜도 그렇고 배우로서도 저보다 큰 배우이기 때문에 긴장돼서 NG를 내기도 했어요. 성민 선배가 “좀 기다려줘~” 하면서 북돋아 줘 모든 사심을 내려놓고 작품에 몰입하게 됐죠.”
김신록은 시즌3 출연 가능성에 대해서 언급하며 이성민과 또 다른 작품으로도 만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이성민 선배님이) 만나주신다면 너무 감사하죠. ‘재벌집 막내아들’에 이어 ‘형사록2’도 같이 하면서 더 가까워진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선배님께 ‘마지막 방송까지 하고 나면 쫑파티 해요’라고 했더니 ‘그래야지’ 하셨어요. 저는 애틋한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이성민 선배님께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시즌3도 찍자’고 하시는데 스포일러니까 구체적으로는 말씀드릴 수는 없어요. 저 역시도 시즌3가 나온다면 좋겠어요.”
김신록은 최근 공개된 디즈니+ ‘무빙’ 출연은 물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2’와 넷플릭스 영화 ‘전, 란’ 촬영을 이어가며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연기 뿌리인 연극무대에도 각별한 애정을 전했다. 그는 얼마 전 자신이 직접 집필한 인터뷰집 ‘배우와 배우가’의 초판 인세 전액을 한국연극인복지재단에 기부했다.
“한국에서 OTT가 활성화되던 2020년 tvN ‘방법’으로 드라마 데뷔를 하면서 콘텐츠 시장 다변화의 수혜를 입은 것 같아요. 연극도 하고 싶어요. 지금까지는 특수한 상황에 놓인 인물들을 연기해왔는데, 반대로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특별하게 보이는 작품에 출연하고픈 마음입니다. 저를 보는 관객, 시청자들이 ‘저런 모습 있었어?’라고 계속해서 발견해나갈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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