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개인의 능력 부족이 아닌 감독의 전술 실패라 아쉬움이 더 크다. 루이스 엔리케 파리생제르맹(PSG) 감독은 여전히 이강인(22)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강인은 20일(한국시간) 프랑스 툴루즈의 툴르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툴르즈와의 2023~2024 프랑스 리그1 2라운드 원정 경기에 선발 출전해 후반 6분까지 약 51분을 소화했지만 눈에 띄는 활약을 하지는 못한 채 킬리안 음바페와 교체돼 벤치로 향했다.

이강인의 영향력이 거의 없었다.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을 왼쪽 윙포워드로 배치했지만 공격적인 재능을 발휘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레프트백 뤼카 에르난데스가 공격에 거의 가담하지 않고 스리백의 왼쪽 센터백처럼 수비 라인에 머물러 이강인은 툴루즈 라이트백 미켈 데슬러의 집중 견제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에르난데스와의 거리가 워낙 멀어 이강인 고립되는 모습이었다. 여기에 공격형 미드필더 파비안 루이스는 패스 미스를 남발했다. 파비안은 이강인의 오프더볼 움직임의 특성을 거의 파악하지 못한 채 양질의 패스를 공급하지 못했다.

선발 출전했음에도 이강인은 이날 단 27회의 볼 터치를 기록했다. 선발 출전한 PSG 필드 플레이어 중 가장 적은 횟수였다. 이 정도면 선수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감독의 활용법을 지적해야 하는 수준이다.

경기 후 프랑스 언론 레퀴프는 이강인에게 양 팀 통틀어 가장 낮은 평점 3을 부여했다. 스트라이커 곤살로 하무스, 미드필더 파비안 루이스, 라이트백 아슈라프 하키미(이상 4점) 등보다 낮은 점수였다.

이강인은 지난달 르 아부르와의 프리시즌 첫 번째 경기, 그리고 지난 라운드 개막전에서 오른쪽 윙포워드로 출전할 때 가장 나은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강인은 왼발잡이라 왼쪽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이 좋다. 직접 치고 들어가 2대1 패스를 주고받으며 공격 기회를 창출하기도 하고, 창조적인 패스로 동료의 움직임에 맞춰 득점에 근접한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물론 오른쪽에서도 활약은 가능하다. 단 제한적이다. 중앙에 헤더 능력이 뛰어난 선수가 있다면 이강인이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로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PSG 스트라이커 곤살로 하무스는 헤더 능력이 그렇게 압도적인 선수는 아니다. 월드컵에서의 조규성, 마요르카 시절의 베다트 무리키처럼 상대 수비수를 제공권에서 제압해 득점하는 유형으로 보기 어렵다. 게다가 PSG를 상대하는 팀들은 중앙에서 밀집 수비를 펼친다. 크로스를 통한 공격이 통할 확률은 낮다. 측면에서부터 세밀하게 수비를 무너뜨려야 하는 양상의 경기에서 이강인이 오른쪽에 서면 효율이 떨어진다.

이미 오른쪽에서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고도 엔리케 감독은 경기 내내 작전 변화 없이 이강인의 위치를 조정하지 않았다. 개막전에서 이강인과 왼쪽 윙포워드로 나선 마르코 아센시오의 자리를 잠시 바꿨던 것과는 다른 대응이었다.

그렇다고 이강인을 제외하고 PSG 경기력이 전체적으로 좋았던 것도 아니다. 교체로 들어온 음바페와 우스만 뎀벨레도 필드골을 넣지 못했다. 좌우 공격은 물론이고 경기 자체가 지루하고 위협적이지 않았다. 단순히 이강인만 못 써서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이런 식으로 사용할 것이라면 이강인은 차라리 미드필더로 보직을 변경하는 게 낫다. 이미 프랑스 현지에서는 이강인이 4-3-3 포메이션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바꿀 것이라 예상한 바 있다. 킬리안 음바페와 뎀벨레라는 폭발적인 윙어가 있기 때문에 이강인은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뿐만 아니라 이강인은 공을 소유하고 드리블과 패스를 통해 전진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스피드가 좋은 윙어가 있으면 이강인은 더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PSG는 27일 홈구장에서 랑스와 리그1 3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음바페와 뎀벨레는 팀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2라운드까지는 선발로 나서지 못했지만 돌아오는 경기부터는 베스트11 포함이 가능할 전망이다. 엔리케 감독이 앞으로 이강인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랑스전을 보면 알 수 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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