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대구=김동영기자] “야구에 눈을 떴다.”

데뷔 7년차 선수가 있다. 1차 지명 혹은 1라운드 지명도 아니고 4라운드에 뽑힌 선수다. 경기 관련 내용보다 키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많은 선수였다. 리그 최단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3년은 다르다. 그야말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김성윤(24)이 주인공이다.

김성윤은 올시즌 77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7, 2홈런 17타점 29득점 11도루, 출루율 0.368, 장타율 0.435, OPS 0.803을 찍고 있다. 득점권 타율은 0.343에 달한다.

단연 커리어 하이 시즌이다. 모든 것이 데뷔 후 최고이자 최다 기록이다. 지난 2017년 입단 후 지난해까지 6년간 안타 14개를 쳤는데 올시즌 이미 48안타다.

후반기로 한정하면 더욱 놀랍다. 25경기, 타율 0.423, 2홈런 10타점 18득점 5도루, 출루율 0.453, 장타율 0.551, OPS 1.004다.

타율은 리그 전체 2위다. 1위가 0.436의 구자욱이다. 하필 ‘전교 1등’이 같은 반에 있는 셈이다. 며칠 전까지는 1위였다. 후반기 들어 타율 4할을 치고 있는 타자가 딱 2명, 구자욱과 김성윤이다.

‘원래 이런 선수였나?’ 싶은 수준이다. 그야말로 환골탈태다. 속구-변화구 가리지 않고 골고루 때린다. 나쁜 공에 배트가 나가는 일도 없다. 자기 존을 설정하고, 노리는 공을 딱 치는 모습이다.

수비까지 좋다. 빠른 발을 앞세워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한다. 타구 판단도 좋아졌다. 경기에 많이 나가면서 경험이 축적되고, 이를 바탕으로 수비력까지 향상되고 있다.

박진만 감독은 김성윤만 보면 흐뭇하다. “없으면 어쩔 뻔했나. 큰일 날 뻔했다”며 “지금 구자욱이 정말 좋은데, 그 앞에서 김성윤이 살아 나가면서 타점 기회를 만들고 있다. 야구에 눈을 뜬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속구와 변화구를 가리지 않는다. 노림수가 있다. 순간 대처를 잘한다. 자신감이 올라간 상태다. 경기에 나가면서 좋은 결과를 만들고, 잘되니까 또 자신의 장점을 더 잘 발휘할 수 있다. 수비는 원래 재능이 있는 친구다”고 강조했다.

또한 “팀이 좋은 분위기로 가려면, 빠른 선수들의 힘이 필요하다. 누상에 나갔을 때 상대를 흔들어야 한다. 김성윤이 그 역할을 해주고 있다. 지금 김성윤은 타석에서 무언가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신장 163㎝다. 리그 최단신 선수. 신체조건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시점이기에 김성윤의 활약이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 키가 작을 뿐, 운동능력은 최상급이다.

신인 시절이던 2017년 김성윤은 “야구하면서 키는 한 번도 신경 쓴 적이 없다. 어차피 타인의 시선일 뿐이다. 어릴 때부터 작았고, 지금도 작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작은 것이 이점일 때도 있지 않나”고 당차게 말한 바 있다.

데뷔 시즌 22경기에 나섰고, 2018년은 1경기 출전에 그쳤다. 군에 다녀온 후 2021시즌부터 출전 기회가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올해 꽃을 피우고 있다. ‘대폭발’이다. 끝이 아니다. 이후 모습이 더 기대된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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