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기자] 중국 정부가 지난 10일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하면서 한국 소비시장에 다시 화색이 돌고 있다. 약 7년 만에 한국 소비시장의 큰손 ‘유커(중국단체 관광객)’들이 귀환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7년간 코로나19, 사드 여파에 타격을 입었던 면세·백화점·화장품 업계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반면 기대와 달리 중국 자국 내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진 만큼, 유커들이 높은 구매력을 보여줄지도 미지수다.

최근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으로 한국 소비시장에는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특히 면세·백화점· 화장품 업계 수익성도 자연히 악화돼, 한동안 고질적인 적자에 시달린 상황이다.

사드 사태 이후 유커 발길이 끊기면서 중국 보따리상인 ‘다이궁’이 빈자리를 채웠고, 면세업계는 매출 방어를 위해 다이궁에게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출혈 경쟁을 벌여야 했다.

백화점은 코로나 보복 소비에 힘입어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오히려 매출이 급감했다. 엔데믹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급감하면서 소비처가 분산된 것이다.

화장품 업계도 매출 약세를 면하지 못했다.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경우에도 중국에서 신격화됐던 영광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중국 자국 내에서 궈차오(애국소비) 지향과 함께 한국에 대한 친밀도도 현저히 낮아졌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중국에서 호실적을 이루던 거대 화장품 기업들도 북미, 일본 시장으로 눈을 돌릴 만큼 중국 내에서 한국 화장품은 입지를 잃었다.

그러나 중국이 자국민의 한국 단체관광을 전격 허용하면서 매출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유커는 한때 관광버스로 면세점을 돌며 면세품을 쓸어 담고, 백화점에서 명품을 구매하고, 명동과 같은 중심지서 화장품, 먹거리 등을 대량 구매하며 엄청난 구매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는 당장 오는 9월 말과 10월 초 중국의 중추절과 국경절 연휴 대목이 예정돼있는 만큼 맞춤형 상품을 개발, 할인 행사를 마련하는 등 유커 맞이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중국의 한국행 단체 비자 발급 허용에 따라 유커 유치를 위해 여행사, 항공사 등과 손잡고 다양한 관광상품을 만들고 고객 쇼핑 편의를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신세계 면세점은 여행객들이 편리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위챗페이’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위챗페이는 중국 소비자들이 애용하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다.

신라면세점은 인천공항점과 김포공항점 등에서는 중국인 고객의 선호도가 높은 명품 브랜드 등을 위주로 특별 프로모션을 선보인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중국인 단체관광객 전용 안내데스크를 설치하고 주요 관광시설과 연계한 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또 백화점에도 중국어가 가능한 안내 직원을 추가로 배치하고 외국인 안내 책자에 중국어를 추가 기재하기로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어 홍보물을 재정비하고, 단체 관광객이 주로 찾는 면세점과 명동, 홍대 등 주요 상권 매장에서 상품 소개 등 홍보활동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매장 환경을 개선하고 중국어 안내 책자를 준비하는 동시에 중국어가 가능한 판매상담원을 전진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많은 유통업계가 유커 귀환에 힘을 쏟고 있지만 올 하반기, 업황에 숨통이 트일지는 아직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유커들에 마냥 기대를 걸 수는 없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기도 하다. 중국 부동산개발업계 위기로 최근 중국 내수가 급격히 얼어붙는 분위기 속에서 회복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신승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의 중국 부동산 위기의 본질은 강력한 디레버리징(차입 축소·상환) 정책에서 비롯된다”며 “2020년 말 정부가 부동산 업계 부채 총량 제어를 위한 선제적 체질 개선에 나섰고, 이후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부동산 침체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업황 회복이 요원한 가운데 디벨로퍼들의 위안화 채권 만기 도래 시점이 내년 상반기까지 집중돼 있어 아직 넘어야 할 고비가 남았다”라고 첨언했다.

이처럼 국내 유통업계는 유커 귀환을 맞이하며, 하반기 매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내 경제 부진으로 인해 국내 업황에 힘을 보탤 수 있을지 미지수로 평가되고 있어, 오는 하반기가 더욱 주목된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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