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남는 건 1군 2경기와 퓨처스 올스타전 MVP 뿐이다. 퓨처스리그에서 지명타자로 출전하며 타격 재능을 증명했는데 이게 그에게 기대한 전부는 아니다. 결국 단 한 경기도 포수 마스크를 쓰지 못했고 다시 재활에 전념하기로 했다. 2023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LG가 지명한 김범석(19)이 올해 실전 마침표를 찍었다.

김범석의 최근 실전은 지난 6일 퓨처스리그 롯데전이다. 지명타자로 출전해 3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했는데 이 경기가 올해 마지막 공식 실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김범석은 재활군으로 다시 이동해 내년을 바라보고 있다.

처음 세운 계획은 이게 아니었다. 입단 후 체중 감량과 어깨 재활을 진행하면서 늦어도 올해 안으로 포수 출장을 내다봤다. 그러다 노선이 바뀌었다. 마냥 재활만 하기보다는 지명타자로 실전을 소화하는 게 낫다고 봤다.

지명타자 출전과 재활을 병행하면 마음을 다잡고 목표 의식을 갖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4월 7일부터 퓨처스리그에서 타석에 섰고 6월초에는 1군에 올라와 2경기를 경험했다. 6월 6일 고척 키움전에서는 9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희생플라이로 통산 첫 타점을 올리기도 했다.

타격 재능은 진짜다. 고교 시절 나무 배트를 쓰면서도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모습을 프로 무대에서도 보여줬다. 지난 7월 14일 고향인 부산에서 열린 퓨처스리그 올스타전에서 3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MVP도 수상했다.

문제는 과정이다. 시즌 내내 너무 많은 과제와 마주했다. 체중 감량부터 어깨 재활, 지명 타자로서 실전 소화까지 만만치 않은 일정을 소화했다.

6월에는 1군에 올라 송구를 제외한 포수 훈련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동안 어깨 상태가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8월 들어 1루수 훈련까지 임했는데 그러면서 정체성만 모호해졌다. 드래프트 당시 포수 최대어로 꼽힌 유망주가 프로 입단 후에는 마스크조차 제대로 쓰지 못했다. 올해 포수로 출장한 경기가 전혀 없는 김범석이다.

그래서 리셋 버튼을 눌렀다. 다시 재활과 체중 감량에 집중한다. 얼마 남지 않은 퓨처스리그 경기에 뛰는 것보다 이듬해 캠프에서 포수 마스크를 쓰는 게 김범석과 LG 모두에 있어 옳은 길이다.

LG 차명석 단장은 지난 23일 김범석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재활해서 어깨부터 완벽하게 만들어서 오라고 했다. 급하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년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포지션에 대해서는 “포수다. 포수를 해야 하는 선수”라면서도 “본인이 경기에 나가고 싶다면 체중 조절 같은 것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책임 의식도 강조했다.

속도보다는 방향이다. 유망주 육성이 특히 그렇다. 사실상 1년 내내 어깨 재활을 이어가고 있는데 오는 겨울까지는 해답을 찾아야 한다. 고유명사가 아닌 대명사가 되기 위한 김범석과 LG의 과제 영순위도 건강에 있다.

bng7@sportsseoul.com

기사추천